고전총람(산문)/남원고사

(경판)남원고사 - VIII. 춘향 시련 (3/4)

New-Mountain(새뫼) 2020. 6. 2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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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십장가를 부르노니 죽을 밖에 하릴없다

 

저 계집아이 생각하되,

‘저 거동을 보아하니, 석방할 리 만무하다. 제아무리 저리한들 얼음과 옥 같은 내 마음과 금석 같은 굳은 뜻이 백골이 먼지가 된들 절개를 깨뜨릴 리 만무하다. 일이 벌써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설마 어찌하리. 죽을 밖에 하릴없다.’

악을 써서 하는 말이,

 

“일광로 같은 우리 도련님을

하루아침에 이별하고,

이 한 몸에 맺힌 슬픈 한이

한 구절에 한마음이 사라지니,

일 척의 단검에 목숨 바쳐

일백 번 죽사와도

한마음에 정한 마음

일정 변치 아니리이다.

 

두 강물은 나뉘어 백로주로 흐르더니,

이별 낭군 떠난 후에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 것을 본받아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아니하려 하고,

이 마음을 굳게 먹어

이 세상을 하직하며

두 왕비의 절개를 따르고

이월 한식날 개자추의 넋을 위로하오리다.

 

햇빛, 달빛, 별빛은 하늘 위이라.

삼생의 굳은 인연

봄의 석 달처럼 길었으니

사람들의 모든 혼백 흩어져도

삼청동 이 승지댁

삼한의 높은 집안 우리 도련님을

삼천리 약수라도 건너가서

삼신산 삼강수로 오며 가며 하오리다

 

사또라도 사서삼경(四書三經) 다 보시고

어느 때나 늘 봄과 같이 외워 읽어

사백 년 동방 예의가

≪사기(史記)≫ 중에 박혔거늘

사고 없이 사또 손에 마치련들

사대천왕 엄한 위엄이라도

사면 팔방 널리 보고

밤낮으로 쉬지 않고 잇달아 굳은 마음

사지를 찢으셔도

생각 또한 변치 않으리다.

 

오륜 행실 지킨 나를 오히려 모르시니

오월에 날리는 서리같이 나의 품은 원한

오자서가 동문에 눈알을 걸어 달라 한 것처럼

깨어 있는 때나 자는 때에 사무치니

다섯 형벌을 갖추어서

다섯 수레에 찢어지거나

오리, 오리, 오리시오.

오군문에 높이 달아

오나라 강산 오희같이

오강에 띄우셔도

오히려 정한 뜻은 잃지 아니하오리라.

 

여섯 번 기산에서 싸웠던 제갈공명이라도

육일산을 못 죽였고

여섯 번의 계책으로 한고조를 도왔던 진평이도

육가의 말을 들었으며,

육상산 진도람이도

육정 육갑 둔갑술을 못 부렸고,

임금 안고 물에 뛰어든 육수부의

육신도 성하였고

유월 더운 하늘 날 더운 때에

육시를 할지라도

육도삼생에 육지 같은 나의 맹세

육신에 맺혔으니

주인 없는 땅에 헛분부 말으시오.

 

칠월칠석 좋은 계절 오작교에서

공자의 뛰어난 칠십 제자 같은 우리 낭군

어두운 곳에서 같이 만난 후에

칠거지악 죄도 없고

칠원산에 이별 없이

칠산바다 깊은 정을

칠 년 가뭄에 비 바라듯

칠성단에 바람 빌 듯

칠월 칠일 아무도 없는 밤에

칠현금 거문고로

북두칠성님께 사십구일을 빌었더니

옻칠을 하여 문둥이처럼 꾸민 예양인가.

칠종칠금 맹획인가.

캄캄한 밤의 원한 무슨 일인고.

칠백 리 동정호에 초혼조나 되오리라.

 

얌전한 여덟 명과 선량한 여덟 명은 어느 때며,

팔대금강이 어디에 갔는가.

팔진도 진을 치고

팔공산의 여덟 방위의 초목으로

팔괘의 꽃과 새를 팔년 팔일 불사르시오.

팔천 제자 강동 호걸 팔년풍진 요란하다.

팔선녀 같은 나의 팔자

온 세상으로 돌아간들 이리 박명하올손가.

팔원차를 흘려 태워 팔진국으로 보내시오.

팔대금강명왕 같은 위력으로

다른 정도가 엄청난 틀린 말을 두 번 하지 마오.

 

아홉 굽이 간장이 사라지니

아홉 번 구부러진 양의 창자와 같은 험한 길로

구의산을 찾으리라.

구룡소 늙은 용이 굽이를 못 펼치니

구름 같은 나의 신세 오랜 죄수같이 살았구나.

지옥에 사무친 원한이

구원에 미치리라.

구관 사또 선정비에 본을 받아

구구한 나의 굳은 뜻을 구하소서.

구차한 이내 신세

석 달 봄빛 경치를 따라

구관 자제 언제 만나

구루촌의 촌승같이 얽혀볼까.

아홉 굽이 물줄기를 굽이굽이 휘어다가

구름 비를 타고 갈까.

구주를 돌아

구차하게 목숨만 이어가려 하려 하고,

저승의 선녀 명을 받아

구구팔십일 천축에 왕래하던

구계선의 열녀의 절개같이 굳은 정을

구전지에 자세히 글로 써서

구중궁궐에 사뢰 볼까.

 

십악대죄를 범하였나.

십 리 강산에 온통 숨은 군사를 만났구나.

시월 광풍 낙엽같고

십 리 긴 둑의 버들 같은 이 인생

십 년 성취 월왕같이

열 번 살고 아홉 번을 죽더라도

열 손가락의 가는 손가락으로 꼽아 가며

시왕전에 아뢰기나 하오리라.

열세 성에 두루 돌아다니다가

십팔 관문에 목이 베어 걸리어도

십칠 년을 기른 뜻이

시방세계 돌아간들 변할 길이 전혀 없네.

 

영천 한수 휘여다가 나의 귀를 씻고지고.

사또께서는 나라의 녹봉을 받는 신하가 되어나서 출장입상 하시다가 물결에 휩쓸려 불행한 어지러운 세상이 오면, 귀한 한 목숨을 살려 하고, 도적에게 투항하여 두 임금을 섬기려 하오. 충신은 두 임금을 고치어 섬기지 않고, 열녀는 지아비를 바꾸지 않거늘,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않으려 함을 죄라 하고 위력으로 겁탈하니, 사또의 충절이 있고 없음을 일로 조차 알리로다. 역심 품은 사또 앞에 무슨 말씀 하오리까? 소녀를 상전을 거스른 죄로 이제 바삐 죽이시오.

그러하나 소원대로나 죽여 주오. 습진령을 놓으시고, 동방에는 청기 꽂고, 서방에는 백기 꽂고, 남방에는 홍기 꽂고, 북방에는 흑기 꽂고, 중앙에는 황신기를 뚜렷이 내어 꽂고, 숙정패를 걸어 놓고, 좌둑기 휘두르다가, 거궐, 촉루, 용천검 드는 칼로 사또 친히 베이시되, 기마병이 평군 치듯, 흰 매가 산 꿩을 채어가듯, 범아부가 옥술잔을 치듯, 뎅그렁 베시고, 갓 죽은 시신일랑은 내어주고, 목일랑은 들여다가 옹진 소금에 짜게 절여 목함 속에 넣은 후에 붉은 보자기로 싸서 두었다가 한양까지 올려다가 사또 조상 제지낼 제 제물로나 쓰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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