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구비문학

(민속극) '강령탈춤' 대본 전문

New-Mountain(새뫼) 2018. 11. 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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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령탈춤

 


 

1과장

 

사자: (타령, 굿거리장단에 맞추어서 깨끼리춤과 굿거리춤을 한참 추다가 퇴장한다.)

 

 

 

 

2과장

 

원숭이: (타령, 굿거리장단에 맞추어서 깨끼리춤과 굿거리춤을 한참 추다가 퇴장한다.)

 

 

 

 

3과장

 

말뚝이·: (은 상수 는 하수에서 각각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달음질하여 무대 중앙으로 온다. 그래서 서로 마주쳐 상대편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놀란 체하고는 돌아서서, 각기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 장내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무대 중앙으로 가서 만난다. 얼굴을 마주 쳐다보고는 또 놀란 체하고 다시 돌아서서 달음질쳐 간다. 장내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무대 중앙에 와서 만나고 놀란 체하고 달음질쳐 간다. 이러기를 3·4회 되풀이 한다. 그러다가 무대 중앙에서 다시 만나서 서로 상대편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 보고는 천천히 뒷걸음질하며, 도도리·타령·굿거리장단에 맞추어서 대무(對舞)하다가 퇴장한다.)

 

 

 

 

4과장

 

목중: (고깔을 쓰고 칡베장삼을 입고, 칡띠를 허리에 띠고 마혜(麻鞋)를 신고, 달음질쳐서 등장하여 무대의 적당한 곳에 선다.) 헤까라 헤까라-(소리 높이 외치며 무대를 휘휘 두어 바퀴 달음질치며 돌다가 서서 한숨을 내쉬고는) 천상(天上) 지상(地上) 백운지하(白雲之下)에 일국지명산(一國之名山)이요 제불지대찰(諸佛之大刹)이라. 이 중이 웬 중인고 하니, 도승(道僧)도 아니요 걸승(乞僧)도 아니요, 남악산(南岳山) 최고지봉(最高之峰) 유기화상 제자로서 남해수공(南海修功) 갔던 길에 환산(還山) 길이 맥혔기로, 석교상(石橋上) 좁은 길을 잠시 잠간 빌렸으면 수도공덕(修道功德)하오리다. (하며 두 손 모아 한참 빌다가 빌기를 마치고 나서, 영상·도도리·타령·굿거리장단에 맞추어서 춤을 춘다.)

 

 

 

5과장 


목중: (몸차림은 목중와 같다. 장삼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달음질쳐서 등장하여 무대의 적당한 곳에 서서) 헤까라 헤까라! (하며 소리치며 에게로 가서 장삼 소매로 후리쳐 를 내쫓는다.) (노래조로) 중 하나 내려온다. 중 하나 내려온다. 꾀깔 쓰고 장삼 입고 단주 손에 들고 염주 목에 걸고. 흔널 흔널 흐널거리고 내려온다.

(혼자말로) 중이라 하넌 것언 산에 올라가도 염불, 인간에 내려와도 염불이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합장배례하고 나서 영상·도도리·타령·굿거리의 각 장단에 맞추어서, 각각 여러 가지 춤을 추다가 퇴장한다.)

 

 

 

6과장

 

상좌·: (흰 고깔을 쓰고 흰 장삼을 입고, 어깨에 홍가사(紅袈裟)를 메고 가슴에는 홍띠를 메고, 뒤로 끝을 길게 늘어뜨리고 목에는 염주를 걸었다.)

(은 상수에서 는 하수에서 무대 중앙 쪽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다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 맞대 서서, 영상·도도리·타령·굿거리의 각 장단에 맞추어서 한참 춤을 추다가 퇴장한다.)



7과장

 

진한양반: (용수관-실은 개가죽관-을 쓰고 칡베 장삼을 입고, 띠를 띠고 지팡이를 짚고 줄부채를 들었다.)

마한양반: (총관을 쓰고 칡베장삼을 입고, 띠를 띠고 지팡이를 짚고 줄부채를 들었다.)

변한양반: (고깔을 쓰고 흰 장삼을 입고, 띠를 띠고 지팡이를 짚고 줄부채를 들었다.)

도련님: (진한양반의 아들, 복건을 쓰고 두루지(周衣)에 쾌자를 입고, 손에 줄부채를 들었다.)

말뚝이·: (패랭이를 쓰고 검은 하인배 옷을 입고, 띠를 띠고 채찍을 손에 들고 허리에 방울을 찼다.) (이상 6명 일제 등장하여 진한양반과 말뚜기, 마한양반과 말뚜기, 변한양반과 도련님, 이렇게 각각 일대(一對)가 되어,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서 한참 동안 춤을 춘다.)

진한: (좀 앞으로 나와서 마한을 보고) 예끼 쌍놈! 나넌 그러려니와 뀅하면 나가고 칭해도 나가고 허니, 그런 쌍놈이 어디 있느냐?

마한: (좀 앞으로 나와서 진한을 보고) 네가 쌍놈이지 내가 쌍놈이냐! 너 허넌 일이 끗끗이 쌍놈이다. 네 머리에 싼 것만 봐도 쌍놈이 아니냐.

진한: 내 머리에 싼 것을 네 뭘로 아너냐?

마한: 여보게 게 양이

진한: 양이라니?

마한: 양을 몰라?

진한: 양자강두양류춘(揚子江頭楊柳春)에 양화수색도강인(楊花愁殺渡江人)이란 양 말이냐?

마한: 그 양도 아니다.

진한: 남원 옥중에 갇힌 춘향이란 양 말이냐?

마한: 그 양도 아니다.

진한: 홍문연 잔체시에 검무 허던 항량(項梁)이란 말이냐?

마한: 그 양도 아니다.

진한: 박량사중(博浪沙中) 모진 철퇴 창해역사(滄海力士) 다시 주어 오중부거(誤中副車)하던 장량(張良) 말이냐?

마한: 그 양도 아니다.

진한: 그럼 무슨 양이란 말이냐?

마한: 네 머리에 쓴 게 개잘양이란 말이다.

진한: 이것이 개잘양으로 생각하너냐? 개잘양이 아니다. 용수관이다. 개잘양이라 해도 가이도 어룬(五倫)이 있다.

마한: 그래 가이도 어룬이 있다허니 어디 들어 보자.

진한: 들어 봐라. 지주불폐(知主不吠)허니 군신유의(君臣有義), 모색상사(毛色相似)허니 부자유친(父子有親)이요, 일폐중폐(一吠衆吠)허니 붕우유신(朋友有信)이요, 잉후원부(孕後遠夫)허니 부부유별(夫婦有別)이요, 소부적대(小不敵大)허니 장유유서(長幼有序). 이만허면 가인들 어룬이 상당치 않너냐?

마한: 너넌 가이 어룬얼 가지고 다니너냐? 그러면 내 양반으 근원을 들어 보겠너냐?

진한: 그러면 말을 해라.

마한: (노래조로) 양반이란 것이 출어세상(出於世上) 하야 교동 법가 자제 되어 함관수(唅盥水)허고, 노래자(老萊子)의 옷을 입고 삼척동자 부러 헐까? 맹종(孟宗)언 죽순 캐고, 왕상(王祥)언 잉어 낚고, 자로(子路)넌 부미(負米) 허고, 증자(曾子)넌 양기지(養耆志) 라 원득삼산불로초(願得三山不老草) 배헌고당백발친(拜獻高堂白髮親) 평생갈력(平生竭力) 다헌 연후에, 사방에 널리 도라 세상물정 짐작 후 청라연월(靑蘿煙月) 대사립에 백운심처(白雲深處) 들어 가니, 요요운악(遙遙雲岳) 가이 짖넌다. 아미산월반륜추(峨嵋山月半輪秋)와 적벽강상무한경(赤壁江上無限景)얼 어찌 다 비헐소냐.

주나라 강태공언 위수에 고기 낚고, 한승상 제갈량언 남양에 밭얼 갈며 양보음(粱甫吟)얼 을퍼 있고, 도당씨(陶唐氏) 시절에 영수(潁水)에 귀럴 시처 문답허던 맑은 덕() 소부(巢父) 허유(許由) 이 아니냐.

문장종서후(文章從書後) 광산 맞어다 월중단계(月中丹桂) 꺾어 들고 어주(御酒)로 상락(相樂)허니 삼공(三公)언 육경(六卿)이요 옥당(玉堂)언 한림(翰林) 이라 무헤(武藝)로 이를진데 선전무관장신(宣傳武官將臣) 되어 말() 만헌 대장인(大將印)얼 요하(腰下)에 비껴 차고, 대장단(大將壇)에 높이 앉어 삼천병마(三千兵馬) 지휘하여 동벌서토(東伐西討) 하야 천자지은(天子之恩)얼 만분지일이나 갚아야 가위 양반이지……

진한: 늬 그까짓 근본언 옛날 썩어진 근본이다. 내 양반의 근본얼 들어 봐라. (노래조로)

신라시조 혁거세 통일천하 후 공명이 부운(浮雲)이라. 죽장짚고 망혜 신고 대원강산(大願江山) 하여 보자.

우의로 천상선경(天上仙境) 앙망불급(仰望不及) 불가내(不可奈). 인간에 만고 경치 차례로 찾으리라 봉황대 찾어가니, 봉황언 간 곳 없고 강물결만 흘러 있다.

황학루럴 올라 가니 학선(鶴仙)언 어디 가고 백운(白雲)만 유유(悠悠) 로다.

일락장사 추색원(日落長沙 秋色遠) 가태부(賈太傅)의 서름이라.

마한: (장삼 소매로 진한의 등을 툭 치며) 그게 양반으 근본이람?

변한: 진한 양반 전라도 광대 비슷허고, 마한 양반으 근본언 그도 역시 옛날 썩어진 양반이다. 내 양반으 새 근본언, 신라시조 통일 후에 군자넌 불망기본(不忘其本)으로 꾀깔얼 씨고 다니고, 양반이란 것이 소학 중학 대학얼 졸업헌 후에, 들며넌 내각으 수반이요 나가면 정당으 총재로서 진역우(進亦憂) 퇴역우(退亦憂) 허넌 것이 가위 양반이라고 일컬을 것이 아니냐? 근본이 이뿐이 아니다. (노래조로)

일자 한 장얼 들고 봐라, 일월성성(日月星星) 왜성성 밤중 샛별이 완연허구나.

이자 한 장을 들고 봐라, 이팔청춘 소년덜아 늙으니 보고서 웃지 말게.

석삼자 들고 봐, 삼만 관속이 느러서서 권매성(勸馬聲)으로 세월이라.

넉사자럴 들고 보소, 사신행차 바쁜 길에 점심참이 더디구나.

오자 한 장 들고 봐라, 오관참장(五關斬將) 관운장(關雲長)은 적토말을 비껴 타고 흔들거리고 나려온다.

육자 한 장 들고 봐라, 육관대사 성진이 석교상 좁은 길에 팔선녀를 희롱하고.

칠자를 들고 보소, 대한칠년(大旱七年) 왕가물에 빗발 조차 더디구나.

팔자를 들고 보소, 팔년풍진(八年風塵) 초패왕 어느 패왕이 아니더냐.

구자를 들고 보소, 구름에 중중 늙은 중 백팔염주 목에 걸고 흐널거리며 나려온다.

장자 한 장 들고 보소, 이 장 저 장얼 다 버리고 강령장이 좋다기로 불원천리(不遠千里) 허고 왔넌데 동정허넌 이 없구나. (하며 우스꽝스런 짓을 한다.)

진한: 양반타령 헌다더니 우리 집안 망신시키넌구나.

변한: 그까짓 망신 또 있다. 조선 굿 만세바지다. (독경조로) 사바세계(裟婆世界) 남섬부주(南贍部洲) 해동조선 제일국에 경기도넌 이십육관 황해도넌 이십삼관 해주 벽성언 대무관(大武官)이고 강령 은율언 소무관(小武官)이고, 수양산에 사냥과 찬감산에 사냥과 마근담으 삼토장군 후토부인(後土夫人)얼 모시라고, 선아당에 장군 맞이 동경주에 군빈사신 아가당에 율두아기 낙태부인얼 모시고, 택일당(擇日堂)에 택일선관(擇日仙官) 육관정에 여러 장군 용당포(龍塘浦)에 금성장군 (錦城將軍) 대수업으로 어비장군 가치산에 병마장군 (兵馬將軍) 넘바위로 서린장군 가막개로 송재장군 연평하구넌 임장군 이요, 어화도에 백마장군 등산이 연화당에 수노하고 가리 끝에 사신당(使臣堂)으로 모이시어, 너도 승천 나도 승천 대성곡(凱旋曲)얼 울려 보자…… (하며 한참 무당이 도무(跳舞)하듯이 상하로 뛰다가 갑자기 넘어진다.)

진한·마한: (둘이 같이 변한한테 가서 붙들어 일으킨다.)

변한: (벌떡 일어나서 직립부동(直立不動)한다.)

진한·마한: (자꾸 빌면서) 잘못헌 것얼 눌러 감당허시요……

변한: (정신을 차린다.)

진한: 자아 우리가 피차간에 근본 말만 허다가서는 시간얼 보내넌 것이니 달리 말얼 허자. 말얼 다툴 것이 아니라, 작년 오월 동당시(同當時)에 종놈 말뚜기 두 놈얼 잃었넌데, 그놈이 풍악얼 좋아하넌 놈이라 이런 좋은 풍류에 왔음즉 허니 한 번 불러 보면 어떠헌가?

마한: 예끼 상놈! 늬가 부르지 누구더러 부르라 말라 하너냐.

변한: 자아 그럴 것이 아니라 우리 일제히 다 같이 불러 보자.

진한·마한·변한: (3인이 다 같이 소리를 합해서) 이놈 말뚜우우가아 어어이 어어이……

말뚝이: (후다닥 뛰어 나오며) 으흐흐 허허 어얼수 예예…… 작년 오월 동당시에 나갔던 종놈 말뚜기 문안 드리오. (하고는 후다닥 뛰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진한: 자아 갑자기 이것이 웬일이냐? 뭣인지 울긋불긋한 것이 후다닥 뛰어 들어왔다 없어지니 아마 벼락얼 쳤나, 내 모가지 있나 봐라.

마한: 자아 그것 자세히 알 수 없이니, 우리 다시 한 번 불러 보자.

마한·변한·진한: (3인이 소리를 같이 하여) 이놈 말뚜우가아 어어이 어어이.

말뚝이: (후다닥 뛰어 나오며) 얼수어어. 양반에 집안에 어른 나 하나이 없이니까니, 말뚜기럴 부르거나 꼴두기럴 부르거나 근본 있고 세분 있고 머리 다래 곡절 있게 부르넌 것이 아니라, 이놈덜이 궁상시리 으흐흐…… 양반 부르넌 대로 불러라. (노래조로) 뚝아 뚝아 말뚝아.

진한: (말뚜기앞으로 나가서 장단에 맞추어서, 둘이 깨끼리 춤을 대무(對舞)한다.)

마한: (쫓아 나가서 장삼 소매로 진한의 등을 치며) 두우-

진한: (춤을 멈추고) 두우라니?

마한: 그만두란 말일세.

진한: 그놈이 소습(所習)이 고약한즉스는 다시 한 번 불러 자세히 물어 보세

진한·마한·변한: (3인이 소리를 같이 하여) 이놈 말뚜우가아……

말뚜기또는: (앞으로 나오면서) 어수여어어

진한: 네가 작년 오월 동당시에 나갔던 종놈 말뚜기가 분명허냐?

말뚜기: 어허 영락없시니다아-

진한: 그러면 네게 분부허였던 일이 없더냐?

말뚜기: 어허 영락 없소.

진한: 삼간(三間) 마구에 드러가서 청노새 덜미럴 집어내어 아래 우이로 솔질얼 솰솰 하여 말안장 달안장 층층 다래 구안장, 은입등좌 호피도듬 전후좌우 걸어 짊어 놓고, 대가리 함박 상모끼침 일치 채상모(彩象毛) . 성천(成川) 가 담배 무역해서 박천(博川)도 가 꿀물에 축축이 추겨서 은설합(銀舌盒)에 가득히 넣고, 은목 감아 자죽 설대 김해간죽 부산죽 전대에 두르르 말아 말궁 뒤에 딱 부치고, 우산 들고 필연(筆硯) 들고 남문 밖 셋째 술막으로 으이 속히 대령 하럇더니, 네가 그지간 어데럴 갔더냐?

말뚜기: 흐흐흐 허허허 시안님(생원님)이나 진사님이나 봉사님이나 도령님이나 영()얼 거역지 못 하여, 삼간 마구에 들어가서 척 노시안님 덜미럴 쿡 집어 내어……

진한: (말뚜기를 치며) 이놈! 수상수하(手上手下) 남녀노소(男女老少) 아동주졸(兒童走卒) 많이 모였넌데, 그 무슨 소리냐!

말뚜기: 어찌 듣넌 말씸이요, 노시안님이 아니라 노새랍니다.

진한: (뒤를 돌아보며) 늙으면 죽어야지 먼귀럴 먹어서 노새럴 노시안님으로 들었네 그려……

마한: 여보게 이 사람아 해필 왈() 먼귀럴 먹을 필요가 있나. 가까운 서껀(舌端) 먹거나.

진한·마한·변한: (모두 노래조로) '노새라네'. (마한과 말뚜기는 '노새라네' 하는 동안 굿거리장단에 맞추어서 대무한다.)

변한: 두우- (마한과 말뚜기 춤을 멈춘다.)

진한: 그 넘이 노새럴 팔아 먹었넌지 저당얼 잡혀 먹었넌지 알 수 없시니, 다시 한 번 불러서 물어 보세.

진한·마한: (둘이 소리를 합해서) 이넘 말뚜우가아.

말뚜기: 으으 흐흐흐 얼수어이. (하며 가까히 다가선다.)

진한: 이러고 저러고 저만침 물러나 양반으 말씸얼 들어 봐라. 그래 네가 그 좋은 말얼 어찌 하였다넌 말이냐?

말뚜기: 청노새 덜미럴 집어 내어 아래 우이 손질얼 솰솰 하여, 말안장 달안장 칭칭 다래구 안장 은입등자 호피도듬 전후좌우 걸어 짊어 놓고, 대가리 함박 상모껌침 일치 채상모(彩象毛). 성천 가 담배 무역하여 박천도 가 똥물에 촉촉이 추기어……

마한: (말뚜기를 치면서) 이넘! 그 좋은 담배럴 머 어찌고 어찌 햐?

말뚜기: 어찌 듣넌 말씸이요? 꿀물이랍니다.

진한·마한·변한: (다 같이 노래조로) 꿀물이라네에……

변한·도령: (굿거리장단에 맞추어서 '꿀물이라네' 하는 동안 대무한다.)

진한: 그러면 그넘이 그 좋은 담배럴 꿀물에 추겼이면 어찌하였넌지 자세히 물어 보세.

진한·마한·변한: (삼인 소리를 같이 하여) 이넘 마알뚜우가아-

말뚜기: 으흐흐흐 얼수우 여어- (하며 앞으로 나와서 바싹 다가선다.)

진한: 예고 저고 저만침 물러나라. 양반으 말씸얼 들어라, 네 그 좋은 담배럴 꿀물에 추겼시면 어찌 하였단 말이냐?

말뚜기: 꿀물에 촉촉히 추겨 은설합에 가득히 넣고, 은목감이 자죽설대 김해간죽 부산죽 전대에 두르르 말아 말궁에다 딱 부치고, 우산 들고 필연(筆硯) 들고 우산 방망이 들고 남문 밖 셋째 술막으로 으이 속히 대령하여도, 아무 내 아들 놈도 없입디다……

진한: (말뚜기의 등을 탁 치며) 이넘! 그 무슨 소리냐?!

말뚜기: 어찌 듣넌 말씸이요. 늬얄(來日)이 야드래랍니다.

진한·마한·변한: (3인 다 같이 노래조로) 야드래라네에-

진한·말뚜기: (타령·굿거리 장단에 맞추어서 '야드레라네' 하는 동안 대무한다.)

마한: 두우-(춤 그친다.)

진한: 자아 그넘이 끝끝히 하넌 수작이 이상해. 야드래럴 찾어 다녔다넌 말인지 야들패럴 찾어 다녔다넌 말인지, 자세히 불러 물어 보세.

진한·마한·변한: (3인이 다 같이) 마알뚜우가아.

말뚜기: 으흐흐흐 얼수여어-

진한: 너 이넘 야드래럴 찾아다녔다넌 말이냐, 야들패럴 찾어 다녔다넌 말이냐?

말뚜기: 야드래럴 찾어 다닐 리가 있습니까, 야들패럴 찾어 다녔십니다.

진한: 네가 야들패럴 찾어 다녔시면, 어디 어디럴 다녔다넌 말이냐?

말뚜기: 동 개골서 구월 남 지리 북 향산 다 찾어 다녀도 찾일 길이 없어, 소상팔경(관동팔경의 착오?)얼 다 찾어 다녔십니다. (노래조로) 강릉 경포대, 양양 낙산사, 울진 망양정, 평해 월송정, 고성 삼일포, 삼척 죽서루, 통천에 총석정, 간성 청간정 다 찾어도 찾일 길이 없어, 강원도 금강산에 올라 가만히 굽어보니, 일만칠천봉 팔만구암자 동구에 들어 있고, 또 한편얼 바라보니 육환대사 성진이가 석교상 돌다리에 야들개 구실로 팔선녀럴 얼려 있고, 또 한편얼 바라보니 함박꽃 뉘영벌레 몸언 크고 발언 적어 바람 부넌 대로 뒤엉뒤엉하여 있고, 또 한편얼 바라보니 어여뿐 기집아이가 연적같은 젖얼 내어 놓고 춘흥얼 못 이기여 와질와질 춤얼 추고 있고, 그래도 찾일 길이 없어 한양성중으로 치다라서 삼각산얼 올라 굽어보니, 장안 만호 등얼 달고 삼호만세 부르넌데 태평성대가 이 아니냐. 삼각산이 뚝 떨어져서 송도 송악산이 되고, 송악산이 뚝 떨어져 해주 수양산이 되고, 수양산이 뚝 떨어져 강령 가치산이 되어서, 소 잡어먹고 북 메고 말 잡어먹고 장구 메고……

진한·마한·변한·도령·말뚜기·: (모두 서로 각각 일대一對가 되어 타령장단에 맞추어 깨끼리춤을 한참 추다가 퇴장한다.)



8과장

 

목중 송낙을 쓰고 장삼을 입고, 띠를 띠고 마혜를 신고 등장하여, 도도리·타령의 각 장단에 맞추어서 한참 동안 춤을 추다가 퇴장한다.)

 

9과장

 

소무(小巫) (분홍색 저고리에 옥색 치마를 입고, 그 위에 남색 갑사 쾌자를 걸치고 머리에는 벙거지를 썼다. 왼 손에 손수건을 들고, 바른 손에 줄부채를 들었다. 타령의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춘다.)

 

영감: (개가죽 관을 쓰고 장삼을 입고, 띠를 띠고 마혜를 신고, 왼손에 지팡이를 짚고 바른 손에 줄부채를 들었다. 소무가 춤을 추는 것을 한참 바라보다가 소무 옆으로 춤을 추며 가까이 가서 소무를 얼르는 춤을 춘다.)

소무: (영감이 춤을 추는 것을 보자, 춤추기를 멈추고 가만히 서서 영감을 본다.)

영감: (춤을 추며 소무의 좌편으로 돌다가 우편으로 돌고, 다시 좌편으로 돌면서 소무를 얼룬다.)

소무: (영감의 얼르는 춤을 보자, 춤추기를 시작하여 영감과 같이 대무한다.)

할멈: (흰 저고리 흰 치마의 수수한 할머니의 옷차림에 왼 손에 방울이 달린 지팡이를 짚고, 바른 손에 줄부채를 들고 아장아장 등장한다.)

영감·소무: (할멈이 등장하자 2인은 춤을 멈추고, 무대 한 쪽으로 가서 선다.)

할멈: (노래조로) 여엉가암, 아이고 영가암아아 여엉가암. (잦인 굿거리장단에 맞추어서 춤을 춘다. 한참 추다가) 아이고 허리 아파아 (하며 주저앉는다. 한참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서 지팡이에 의지하여 서 있다.)

악공: 원 할멈이가?

할멈: 원 할멈이올세.

악공: 언덕얼 내렵나? (떼를 쓰는 것인가?)

할멈: 언덕도 내고자 허지.

악공: 지력얼 내렵나.

할멈: 지력도 내고자 허지.

악공: 난지 본향얼 말헙소.

할멈: (노래조로)

난지 본향 난지 본향

전라도 막막골 사더니만

() 타랄 제 복 못 타고 명() 타랄 제 명 탔더니

한 손에넌 지팽이 들고 오른 손에넌 부채 들고

허름헌 영감 하나 찾이로 다니넌 할멈이올세.

악공: 영감으 마모색얼 말헙소.

할멈: 마모색언 말 새끼지.

악공: 소모색언?

할멈: 소모색언 소 새끼지

악공: 인물 거리럴 말헙소.

할멈: 인물 거리 참 잘 생겼지. 난간이마 동코에 술얼 한 반잔 먹었넌지 얼굴이 불그스레 허고, 오뉴월에도 개가죽 관얼 면치 못 허넌 영감일세.

악공: 그런 영감이 이대 고대 지나갔읍네.

할멈: (깜짝 놀라며) 자 어드카먼 찾갔시꺄?

악공: 이별가럴 한 마디 햐 봅소.

할멈: 아 이별얼 히얐넌데도 이별가럴 히야?

악공: 그렁게 아니라 첫대에 이별얼 헐 때 초시초로 이별가럴 헙소.

할멈: 이별가럴 허면 꼭 찾일까?

악공: 꼭 찾지.

할멈: (노래조로) 이별이라 이별이라.

전송춘(餞送春)에 낙화이별(落花離別) 강수원함정(江樹遠含情)허니 역로(驛路)에 형제이별(兄弟離別) 다 설다 해도 우리 영감 이별 젤(第一) 설소. 이별 별()자 내신 양반 날과 평생 원수로다-

(말로) 이별가럴 히야도 못 찾갔읍네.

악공: 그러면 보고지고 타령얼 한 마디 햐 봅소.

할멈: 내가 인물이 고으니께 이건 히야까신가? 보고지고 타령얼 한 마디 허면 꼭 찾일까?

악공: 꼭 찾지.

할멈: (노래조로) 지고 지고 보고지고 우리 영감얼 보고지고.

어둠 침침 야삼경 부런듯이 보고 지고. 대한칠년(大旱七年) 왕가뭄에 빗발겉이 보고 지고. 구년치수(九年治水) 흐린 날에 햇빛 겉이 보고 지고.

(말로) 암만 햐도 못 찾갔읍네.

악공: 불러 봅소.

할멈: 여엉가암.

악공: 영감 찾넌 데 너머 목소리가 느려서 안 되갔읍네.

할멈: 영감 찾넌 데도 고하(高下)가 있읍나?

악공: 고하가 있지.

할멈: 그럼 어찌 불러서야 되갔읍나?

악공: 영상 도도리로 잘 불러 봅소.

할멈: (노래조로) - -

영감: (나서며 노래조로) - -

할멈: (영감을 찾는 양으로 무대 한쪽으로 물러간다.)

영감: (악공 있는 데로 나선다.)

악공: 원 영감인가?

영감: 나도 원 영감일세.

악공: 이건 또 언덕얼 낼네나?

영감: 언덕도 내지.

악공: 영감으 난지 본향이 어데매냐?

영감: (노래조로)

난지 본향 난지 본향

전라도 막막골 사더니만

() 타랄 제 복 못 타고 명() 타랄 제 명 탔더니

오른 손에 부채 들고 또 한 손에 지팡이 들고, 허름헌 할멈얼 찾이러 다닙네.

악공: 할멈으 마모색언 어드릅네?

영감: 마모색언 말 새끼지.

악공: 소모색언?

영감: 소모색언 소 새끼지.

악공: 인물 거리야.

영감: 인물 거리넌 참 잘 생겨서 나가 자빠졌지. 난간이마 주게턱에 개발코 우멍거지 눈에, 쌍판언 시퍼러 덩덕궁헌 게 참 보기 흉헌데다가, 왼 손에 방울얼 들고 바른 손에 부채럴 들고, 점치레 다니넌 할멈일세.

악공: 그런 할멈이 이대 고대 지나갔읍네.

영감: (깜짝 놀라며) 어두루 갔읍네?

악공: 저 등 넘에 갔읍네.

영감: 어두루? 등 넘에로? 없넌데, 어드러케 해야 찾갔읍네?

악공: 영감이 이별가나 한 마디 햐 봅소.

영감: 그러잔아도 이별을 허고 서린 중에 이별가럴 하라고?

악공: 할맘이 이별얼 헐 때에 어찌 하였던, 잘만 허면 할맘얼 찾일지도 모르지.

영감: (노래조로)

이별이라 이별이라 우리 할멈 이별이라. 이별 별자 내인 부처 날과 백년 원수로다.

(말로) 이별가럴 한들 찾일 수가 있나?

악공: 그러면 보고지고 타령얼 한 마디 햐 봅소.

영감: 지나가넌 사람얼 위 이리 희롱인가? 그러면 꼭 찾을까?

(노래조로) 지고 지고 보고지고.

우리 할맘 보고지고.

어둠 침침 야삼경 부런듯이 보고지고.

대한칠년 왕가뭄에 빗발겉이 보고지고.

구년치수 흐린 날에 햇빛겉이 보고지고.

(말로) 암만 햐도 못 찾갔읍네.

악공: 불러 봅소.

영감: 워어리 워어리.

악공: 그거야 가이 부르넌 소리지. 사람얼 불러 봐야지.

영감: 어드르케 부르란 말이야?

악공: 할마암 허고 불러 봅소.

영감: 하알마암-

악공: 늦어 못 쓰겠읍네.

영감: 할멈 찾넌 데도 고하(高下)가 있읍나?

악공: 고하가 있지.

영감: 그럼 어찌 불러야 되갔읍나?

악공: 영상 도도리로 한 번 불러 봅소.

영감: (노래조로) 하아알 머어엄……

할멈: (영감 있는 데로 나가면서) 영감!!

영감·할멈: (둘이 서로 상대편을 찾느라고 반대편으로 더듬어서 찾으며, '영감' '할멈' 하고 서로 부른다.)

영감: (할멈을 찾기를 멈추고 서서 노래조로) 거 누구라 날 찾나. 거 누구라 날 찾나. 기산영수 별건곤 소부 허유가 날 찾나.

할멈: (영감을 찾기를 멈추고 서서 노래조로) 거 누구라 날 찾나. 거 누구라 날 찾나. 적벽강 추야월에 소자첨이가 날 찾나.

영감: (노래조로) 거 누구라 날 찾나. 거 누구라 날 찾나. 진대풍류 자랑코저 죽림칠현 날 찾나

할멈: (노래조로) 거 누구라 날 찾나. 수양산 백이 숙제 채미하자 날 찾나. 날 찾일 이 바이 없었네, 거 누구라 날 찾나.

영감: (노래조로) 거 누구라 날 찾나. 술 잘 먹넌 이태백이 술얼 먹자 날 찾나. 날 찾일 이 없건마넌 거 누구라 날 찾나.

할멈: (노래조로) 거 누가 날 찾아. 춤 잘 추넌 학두루미 춤얼 추자고 날 찾나.

영감·할멈: (둘이 서로 찾다가 무대 중앙에서 마주치고, 영감! 할멈! 하고 서로 불러 본다. 그리고 잦인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다가 그 자리에 맞대 앉는다.)

영감: 야 이 쥑일 년아, 그래 영감이 어디 갔다 오면 술이라도 한 잔 따뜻이 디웠다가 주넌 게 아니라, 이년! 문에 들어서자마자 이 웬 냄새냐! (하며 올곡 한다.)게운다.

할멈: 아이고 이게 웬 일이야? (영감 등을 툭툭 치며) 이게 웬 일이여? 영감 이리 바로 좀 앉이시요.

영감: 에에이 이년 보기 싫다!

할멈: 여보 영감, 그렁게 아니라 영감 평생에 좋아하시넌 게, 그 탁백이 한 잔 좋아하시잔나? 그래 내가 영감 오실 듯하기에 저자에 나가서 두부와 대합얼 사 가지고 집으로 와, 화리에 불을 펴서 국얼 끓이고 있노라니, 영감이 문전에 들어서기에 어찌 반갑던지 후다닥 일어나 영감에 손목얼 부치잡고 집으로 들어오넌 차에, 화리에 국이 쏟아져서 아마 영감에 몸에가 뛴겝네.

영감: 그렇지 그렇지. 그저 내 할맘이여. (할멈 등을 툭툭 친다.)

할멈: (씨양아양을 하며) 웨 아지도 못 하고 그러합나?

영감: 어어 내가 잘못되었어. 그러나 내가 어디럴 갔다가 여러 날만에 집얼 드러시면, 마댕이(아들 이름)와 찔느데기(딸의 이름)가 반기지 않으니 어짼 일입네?

할멈: (한숨만 쉬고 돌아앉아 말이 없다.)

영감: 이게 워짠 일입나?

할멈: 글세 영감, 내 말얼 들어 봅소. 영감 집얼 떠날 제 먹을 게와 낭구와 무엇얼 작만얼 해 두고 갔소? 낭구가 없어 마댕이보고 낭구럴 햐 오라고 했더니, 그 녀석이 낭구럴 가서 낭구럴 어찌나 많이 햐 졌던지, 솔방울 잔뜩 개판(個半)얼 따, 지고 산 아래로 내려와 쉬면서 지게 아래서 잠얼 잠깐 자다가 놀래 깨어 일어나다가 지게 작심이럴 발길로 뚝 차서 낭구짐이 면상에 가 업뜨러저 코가 터저 죽었읍네. (하며 영감과 같이 운다.)

영감: 할 수 없네. (할멈을 달랜다.)

여보 할멈, 할 수 있나, 명이 짧아 죽은 것얼 할멈도 할 수 없어. 그러나 찔느데기가 뵈이지 않으니 그건 또 웬 일입네?

할멈: (한숨 쉬며 또 도라선다.)

영감: 이 년이 거 원 일얼 또 저질렀군.

할멈: 영감 글쎄 에미네란 건, 열 대여섯 살 먹으면 시집얼 보낼 것이지. 갸가 올에 나이 열 아홉 살이 아니기시꺄? 뒷집에 총각넘이 하나 있지 않습나. 그넘이 매일 우리 집에 다니며 눈독얼 들이더니, 무슨 일얼 잘못했넌지 찔느데기럴 중방얼 부르트러 쥑옜읍네. (영감과 같이 운다.)

영감: 여보 할맘, 우리가 자식 태지 않넌 것일세. 명 짧아 죽은 것얼 생각지 말세. 자네 나이나 내 나이나 나이 칠순이 넘어 인저넌 햐 볼 게 머 있나. 재산도 없고. 그러나 내가 오다가서 용산 삼개 덜머리집에 술얼 한 잔 사 먹으레 들어갔다가, 거 주인 마누라가 하도 얌전해서 나허고 세상얼 보내자 하더니, 그 마누라 역시 좋다구 허락얼 해서 집으로 데리고 오자 허니, 할멈이 마음이 어떠헐넌지 알 수 없어 할멈과 으논얼 허고 데리고 올 작정일세.

할멈: 글세 영감, 영감에 나이나 내 나이나 칠순이 넘어 수족(手足)언 없어지고일언 썩 잘 되었읍네. 날레 어서 바삐 데래 옵소.

영감: 할멈, 그러면 강짜럴 안 허갔읍나?

할멈: 아이고 낫살 먹은 게 강짜가 무슨 강짜갔소.

영감: 그러면 데리고 옵세, 방이나 깨끗이 소제허고 있게. (소묘 옆으로 가서) 마누라, 우리 집에 할멈 하나 있다넌 것언 아무 걱정 말고 집으로 가세. 우리가 그까짓 거 단박에 늬야쫓아 부리면 그만이지 염려 말고 가세. (할멈 있는 데로 데리고 온다.) 할멈.

할멈: 사람 얻었다데 데리고 옵나?

영감: 어어 방 소제나 깨끗이 다 했읍나?

할멈: 어서 걱정 말고 데리고 들어 옵소.

영감: (소묘 보고) 자아. 저기 앉인 것이 큰 오마니니 인사럴 허야지, 자아 할멈 인사 받듭소.

소묘: (할멈 있는 데로 밑구녕을 둘러대고 절을 한다.)

할멈: (기가 막혀) 야 이 쥑일 년아 너이 곳에서넌 궁뎅이로 절얼 허너냐?

영감: (할멈 보고) 저런 미련헌 년! 저년이 눈이 우묵해서 잘 보지럴 못 허고, 절헐 적에는 못 보고 절허고 돌아선 것만 보고 저러넌구나.

할멈: (기가 막혀) 야 이 쥑일 놈에 첨지야, 벌세버텀 나럴 이렇게 괄세럴 허너냐?

영감: 야 이 쥑일 년아, 괄세허넌 거 싫으면 나가거라!

할멈: (노래조로) 못 하나니 못 하나니 내 괄세럴 못 하나니, 군자 숙녀 바리넌 법, 칠거지악 없이며넌 바리지 못 허넌 줄 너넌 어찌 모르너냐. 행실이 그르더냐 언어가 불순터냐, 어너 무엇이 그르더냐?

영감: 오오 잔말 말고 나가거라!

할멈: 오오 나가겄다. 그러나 우리 오라바이 큰 중선얼 부리넌데, 일전에 오서서 올사럴 사다 주며 실얼 늬야 달라고 햐도 짬이 없어 못 늬얐넌데, 내가 실이나 늬야 가지고 나가겄다. (물레를 내려다가 놓고, 실을 드리느라고 물레를 휑휑 돌린다.)

영감: 뵈기 싫어. (발길로 물레를 밟아 짓몬다.)

할멈: (기막혀서) 야 이넘에 두상아, 물레럴 웨 짓모너냐? 노자돈이나 좀 주어야 가지고 가겄다.

영감: 야 이년아 노자돈 없다! 어서 나가거라!!

할멈: (영감한테 달라 들어 상투를 붙잡고 한참 쌈을 한다.)

소무: (골을 내어 할멈한테 달라들어 마구 때린다.)

할멈: (기가 막혀) 나넌 간다 나넌 간다, 너이들 둘이 잘 살어라. (하고 퇴장하려다가 도라와서 소묘를 마구 때린다.)

영감: (할멈을 때린다.)

할멈: 내가 시집올 때, 이 시간이 내가 다 햐 가지고 온 거다. 시간이나 논아 다오.

영감: 그렇갸라. (노래조로) 옹장 봉장 귀 두지 자개 함농 반다지 새별같은 요강 대야 삼개집 너 가지고, 대간 뒤 돌아가서 오줌바가지 분대와 개밥궁 귓 떠러진 사발쪽 가지가스문 너 다 가졔라.

할멈: (노래조로) 노자돈도 나사 싫고 시간도 나사 싫다. 너이덜이나 잘두 살아 봐라. (하며 퇴장한다.)

영감: (시원이 여겨) 자아 마누라, 시원한데 우리 춤이나 한 번 추세……

 

(타령·굿거리장단에 맞추어서 소묘와 한참 대무하다가 퇴장한다.)



10과장

 

목중 4, 말뚜기 2(그중 하나는 광쇠를 들었다.) 마부 2, 남강노인(南江老人)의 순서로 등장하여 타령 장단에 맞추어서 춤을 춘다. 한참 어울려 춤추다가 춤과 장단이 끝난다.

 

말뚜기: (광쇠 가진) 자아 우리 노래나 한 마디씩 햐 보자……

일동: 거 좋은 말일세에……

말뚜기: (노래조로) 낙양성 십리 밖에 높고 얕은 저 무덤언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대가인이 누구 누구.

아마도 우리도 죽어지면 저기 저 모양이 되겠이니,

젊어 청춘 호시절에 마음대로 놀아 보자. 에라 만수……

목중: (노래조로) 심양강 당도허니 백낙천 일거후(一去後)에 비파성이 끊어졌다.

적벽강 거저 가리 소동파 노던 풍류 의구하게 있다마넌, 조맹덕 으 일미주요 지웅에 안재재라. (曺孟德 一世之雄 而今安在哉) 월락오제(月落烏啼) 깊은 밤에 고소성에() 배럴 매고 한산사 쇠북 소리 객선이 둥둥 떠들어온다. 에라 만수……

노장: (이때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가만히 입장하여 한 구석에 업디여 있다.)

목중: (노래조로) 현덕정 새로 짓고 사양문(斜陽門)이 제격이요, 황학루(黃鶴樓) 최후에넌 풍월부(風月阜)가 제격이요, 열녀 춘향이 죽게 된 데 어사 오기가 제격이로다. 에라 만수……

목중: (노래조로) 산악(山岳)이 잠형(潛形) 하고 음풍(陰風)은 노호(怒號) 하야 수변(水邊)에 우넌 새넌 천병만마(千兵萬馬) 서로 맞아 철기도창(鐵騎刀槍) 이었넌 듯, 처마 끝에 급헌 형세 백척폭포 솟아 있고, 대수풀 희날릴 제 황능으 깊은 한()을 잎잎이 호소 하니, 소상야우(瀟湘夜雨) 이 아니냐. 에라 만수우

목중: (노래조로) 망망한 창해이요 탕탕한 물결이라. 백빈주 갈매기는 홍료안으로 나라 들고, 삼강으 기러기는 평사로 떠러진다. 우량한 남은 소래 어적(漁笛)인 줄 알았더니, 곡종인불견(曲終人不見) 유색(柳色)이 점점 푸르렀네. 애내성중만고수(欸乃聲中萬古愁)난 나를 두고서 이름이라. 에라 만수우……

말뚜기: (노래조로) 넋이야 넋이로다 이 넋이 뉘 넋이냐. 송복간 뒤어내던 왕소군으 넋도 아니요, 어두운 눈을 때이려고 인당수로 팔려가던 심낭자 넋이로다. 에라 만수우……

마부: (노래조로) 망망한 북소리넌 태평연월얼 자랑하고, 소상반죽 젓대소리 쌍봉황이 노니나넌 덧 곡곡성진(曲曲聲振) 해금소리 사람으 수심얼 자아내고, 둘이 부넌 피리소리 일만 근심이 비행기 탈 제 어깨춤이 절로 난다. 에라 만수……

마부: (노래조로) 베룩이 한 놈이 껑충 뛰니, 문전(門前) 모기가 응응 하누나, 에라 만수……

말뚜기: 아나이에에-

일동: 웨야아-

말뚜기: 저어 서쪽이 껌껌허니 웬 일이냐?

일동: (말뚜기가 가르키는 쪽을 보며) 자아 그거 머일까? 한 번 가 보자.

말뚜기: 그럼 가서 자세히들 보자.

일동: (노장이 엎드려 있는 곳으로 엉금엉금 가서 들여다 보고 깜작 놀랜다.) 야아 이거 뭐냐?

말뚜기: 자아 이게 뭔가 한 번 물어 보자. 네가 사람이냐?

노장: (무언)

말뚜기: 귀신이냐?

노장: (무언)

말뚜기: 그러면 산중 호걸이냐?

노장: (무언)

말뚜기: 사자냐?

노장: (무언)

말뚜기: 독수리냐?

노장: (무언)

말뚜기: 고라니냐?

노장: (무언)

말뚜기: 원숭이냐?

노장: (무언)

말뚜기: 그럼 네가 뭐란 말이냐?

노장: (무언)

말뚜기: 아무리 생각해도 장삼을 입은 것얼 보니, 네가 중놈이 아니냐?

노장: (엎드린 채로 고개만 끄덕끄덕 한다.)

말뚜기: 네가 중놈같고 보락시면 절깐에서 불도나 숭상헐 것이지, 이런 사가(私家)에럴 무슨 뜻으로 왔단 말이냐?

노장: (무언)

말뚜기: 아무래도 네가 풍류럴 좋아 허넌 것 같으니, 산 좋고 인물 좋고 풍류 좋은 곳에 가 보겠느냐?

노장: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일동: (크게 웃는다.)

말뚜기: 소원이 그렇다니 풍류 좋은 곳으로 우리가 인도 허자.

일동: (노장을 부축해 일으키고, 노장이 짚은 지팡이를 여럿이 메고 앞으로 나가며 노래조로) 백구야 훨훨 나지 말라 너 잡으 리 내 아니다. 성상이 바리시기 너럴 쫓아 여기 왔네. 옥루금풍(玉樓金風) 소슬한데 백마금편 소년덜아, 벽오동 칠현금얼 네가 알고 질기너냐.

오음(五音)얼 모를진덴 음률얼 어이 알리. 궁상각치우 오음육률럴 널다려 묻게 되면, 궁천지리(窮天地理)럴 대강만 이루리라. (이렇게 노래하면서 악공 앞으로 노장을 끌고 간다.)

노장: (악공 앞에 엎드린다.)

일동: 헤까라 헤까라- 났다 났다 짐성 났다. (하며 엎드린 노장의 주위를 돌며, 타령장단에 맞추어 한참 춤을 추다가 퇴장한다.)

소무: (목중일동 퇴장하자, 무대 한 편에 서서 손춤을 춘다.)

노장: (긴영상장단이 반주되면 엎드린 몸을 서서히 움직이며, 얼굴을 가리였든 부채 위로 사방을 둘러본다.) (소무와 노장은 말을 일체 하지 않고 춤으로만 모든 감정 동작을 표시한다. 노장은 소무를 얼리는 춤과 행동을 여러 가지 하는데, 이런 춤과 동작은 봉산탈춤의 경우와 같다. 대사가 없기 때문에 이 장면의 묘사는 이 정도로 그친다.)

취발이: (허리에 큰 방울을 차고, 손에는 잎이 많이 붙은 괴목지槐木枝또는 버들가지를 들었다.) 어캬! 어캬! 어캬! (하며 갑자기 뛰어 들어오면서 소리친다.)

노장: (소무를 자기 뒤로 숨긴다.)

취발이: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 (하며 깨끼리춤을 한참 춘다. 그리고 나서) 에라 쉬이- 아닌 밤중에 수상수하간(手上手下間)에 남녀노소 없이 다 모였넌데, 날 바라고 모였너냐 풍류럴 바라고 모였너냐?

악공: 널 바라고 모였다.

취발이: (크게 소리 내어 웃고) 이런 풍류에 왔다가 거저 갈 수 없어 쉬인사나 한 번 드리고 갈까? 나도 어려서 글 못 배우고 일직 오입 배워 팔도강산얼 무른 메주 밟던 내로다. 흑운(黑雲)이 만첩천불견(滿疊天不見). (하며 깨끼리춤을 추면서 노장과 소무 있는 데로 가서 마주 본다.)

노장: (부채로 소무의 얼굴을 보지 못 하게 가리우고 나서 취발이와 대무한다.)

취발이: (노장과 한참 대무하고 나서) 허허…… (하고는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앞으로 나와 노래조로) 양양소아제박수(襄陽小兒齊拍手) (하며 깨끼리춤을 춘다.)

소무: (앞으로 나간다.)

노장: (한편 소무를 부채로 가리고, 한편 취발이를 장삼 소매로 후리쳐 때리여 내쫓는다.)

취발이: 이이쿠! (하며 뒤로 물러선다.)

악공들: 중놈이 사람얼 친다아-

취발이: 이이쿠! 그러면 아이쿠! (하며 노장을 향하여) 야 이 중놈아! 말 듣거라. 중이라넌 것이 절간에 들어 업디어 미투리짝이나 삼고 불공이나 숭상허고 상좌 뼉이나 한 판이면 그만이지, 이런 사가(私家)에 나려와서 저런 미인얼 다리고 노니 너겉언 쥑일 놈이 어듸 있냐? 이번에 내 들어가서 당장에 내쫓갔다.

(노래조로) 좌두견(左杜鵑) 우두견(右杜鵑) 녹수청산(綠水靑山) 문두견(問杜鵑). (타령장단에 맞추어 춤추며 나가서 손에 든 나무가지로 노장을 탁 친다.)

노장: (얻어맞고 쫓겨나 퇴장한다.)

취발이: 이놈 그러면 그렇지. (소무를 향하여) 이놈으 계집아 말 듣거라 허어니, 여자라 허넌 것언, 집안에서 침자질이나 허고 남편 공경이나 가뜻이 헐 것이지, 이런 산간에 나와서 저런 중놈허고 같이 노니, 너겉언 쥑일 년이 어듸 있냐? 네 관상얼 잠간 보니 양미(兩眉)가 여도(如刀)허니 필시 상인(傷人)이요, 양목(兩目)이 미첨(微尖)허니 필시 삼가(三嫁), 양협(兩頰)이 미홍(微紅)허니 필시 음녀(淫女). 늬가 시번 시집얼 가고야 말갔다. 내 한 번 들어가 보리라.

(노래조로)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 (타령장단에 맞추어 춤춘다.) 에라 쉬위- (장단과 춤 멈춘다.) 아아 이놈으 기집아이 천양(天然)허구나, 나넌 만양 허겄다. 야야 이놈으 기집아 말 듣거라 허어니, 한나라 문장 사마상여넌 사문풍월(詞文風月)로 천하일색 탁문군얼 얼려 있고, 풍류랑 장군 서넌 일곱 줄 거문고로 최앵앵이럴 얼려 있고, 육환대사의 제자 성진이넌 야들개 구실로 석교 상에 팔선녀럴 얼려 있으나, 나넌 거문고도 없고 글도 없고 구실도 없고 허니, 오독독이춤으로나 얼려 보자. (노래조로) 송구영신이 분명쿠나. (깨끼리춤을 추다가 소무와 같이 대무하게 된다. 한참 대무하고 나서) 쉬위- (춤과 장단 그친다.) (소무가 말하는 양으로)

서방님! 그러나 그간 어디럴 댕기시갸? 참 제 집에 오래간만에 오셌입니다. 방 구경이나 하시기요. (소무의 방 안을 구경하고 나오는 양을 하고 춤을 춘다. 한참 춤을 추고 나서) 쉬위- (장단 그친다.)

(소무의 방 안에 앉은 양을 하고, 소무의 말소리로) 서방님! 제 집에 다녀간 이후로 뭣이 클클하게 먹구파요.

(취발이 말소리로) 그렇지 먹고푼 거 있지 쇠쾨기럴 먹고 보겄냐?

(소무의 말소리로) 아아니 난 네 발 달린 건 못 먹어요 황육얼 먹갔쇠다.

(취발이 말소리로) 황육이 쇠쾨기야, 그러면 돼지 괴기럴 먹갔너냐?

(소무의 말소리로) 아니요 지육(豕肉)얼 먹어요.

(취발이 말소리로) 돼지괴기가 지육이야, 그러면 꼭감얼 먹갔너냐?

(소무의 말소리로) 꼬감언 싫어요 건시럴 먹갔시요.

(취발이의 말소리로) 꼬감이 건시야, 그러면 대추럴 먹갔너냐?

(소무의 말소리로) 대조럴 먹갔시요.

(취발이의 말소리로) 에이 답답한 사람얼 다 보갔고. (하며 소무와 같이 일어서서 노래조로) 꼬감 대추 황육 지육…… (하며 소무와 대무한다.)

취발이: (대무를 한참 하다가 혼자 떨어져서 장내를 너릅개 돌며 춤춘다.)

소무: (춤을 추다가 앉아서 허리를 꾸부리고 아이를 하나 낳고 퇴장한다.)

악공들: 아이 낳다아-

취발이: 어어? 아이럴 났어? (아이 있는 데로 가서 아이를 만지다가 안는다.) 야아-그놈 참 똑똑이 생겼구나. 이름버텀 지어야갔다. 무어라고 질고. 거 참 불가불 첫째라고 질 수밖에 없구나. 이름을 지었이니 글을 가르칠 수밖에 없다. 남자가 세상에 출생 이후에 초학(初學)이란 것이 천자(千字)가 초학이니 천자럴 읽어 줄게, 명심허고 배워라. (노래조로) 자시에 생천허니 불언행사시로다. 유유피창 하늘천, 축시에 생지허니 만물창성 따지, 유현미묘 흑정색 북방현무 가물현, 궁상각치우 동서사방 중앙토색 누르황, 천지사방 몇 만리냐 거루광활 집우, 여도국도 흥망성쇠 그 누구 집주, 우치홍수 긔자춘 홍범구주 넓을홍, 전원장무불여귀 삼경취황 거칠황, 요순성덕 장하시다 취일장 날일, 억조창생 격양가 강구연월 달월, 오거시서 백가어 적안영상 찰영, 해가 어느 때냐 일중즉측 기울측. 이십팔숙 하도낙서 중성공지 별진, 투계소년 아해덜아 창가금침 잘숙, 절대가인 좋은 풍류 만반진수 벌열, 야반삼경심창리에 가진 정담 베풀장,…… (이하 약)

(아이 말소리로) 아부지 한문만 배와서 뭣 하갔시갸? 언문얼 좀 배와 주시요.

(취발이 말소리로) 예이끼 자식! 언문얼 배와 뭣 하갔나?

(아이 말소리로) 혹 커서 화방출입(花房出入)얼 허더래도 언문얼 배와야 화방편지럴 허지 않갔시갸?

(취발이 말소리) 그렇다. 그러면 언문얼 배우자. 가갸 거겨 고교 구규……

(아이 말소리로) 아부지 그렇게 배워 주지 말고, 언문풀이로 배워 주시갸.

(취발이 말소리로) 그래라.

(노래조로) 가나다라 마바사아 아차 잊었구나. 기억 니인 디긋하니 기억자로 집얼 짓고 이언같이 사잤더니 디긋같이 이별이라.

가갸 거겨 가이 없은 이내 몸이 거이 없이 되었구나.

고교 구규 고생허던 요내 몸이 구구하기 짝이 없네.

나냐 너녀 나귀 등에 솔질하여

순금 안장 지어 타고,

사해강산 넓은 천지

주유천하(周遊天下) 하잤구나.

노뇨 누뉴 노자 노자 앵무잔에

잔 가득이 술 부어라.

이별낭군 배송하자.

다댜 더뎌 다닥 다닥 붙은 정이 더지없이 떠러진다.

도됴 두듀 도장 도장 늙은 몸이

갱소년언 못 하리라.

라랴 러려 나라가는 앵무새넌

너와 나와 짝이로다.

로료 루류 노류장화 인개가절

날로 위해 풀어를 내네……(이하 약)

(깨끼리춤을 한참 추다가 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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