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을 위한 글/자기 소개서

(2014) 자기자기소개서 지도 어떻게 할까

New-Mountain(새뫼) 2018. 4. 1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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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지도 어떻게 할까

 

인천공항고등학교

교사 신 영 산

 

 

1. 고통스러운 자기소개서


  가. 고통스러운 자기소개서 쓰기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 쓰기는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카톡 몇 줄을 쓰는 것이 전부인 아이들에게 3000자가 넘는 글을 쓰라는 것은 대단한 고문입니다. 그래도 대학에는 가고 싶기에, 그 대학에서 요구하는 자기소개서를 쓸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은 포기하지만, 대학에 대한 열정으로 기어이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내는 학생이 더 많습니다. 이 학생들은 득의양양하여 이 자기소개서가 자신의 부족한 내신을 보완해 줄 것으로 굳게 믿게 됩니다. 그래도 뭔가 부족한 듯하여 교사들에게 첨삭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자기소개서를 내미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조금만 더 도와주면 자기소개서가 완벽하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자신과 자신의 자기소개서를 읽은 선생님들 사이에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은 너무나도 분명하게 썼지만, 선생님은 그 메시지를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선생님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해보지만, 기회나 시간이 많지 않고, 논리도 부족하기에 곧 단념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선생님의 능력을 의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다른 선생님에게 눈길을 돌리게 됩니다. 우리 담임보다는 더 나은 이가 어딘가에 있을 것 같습니다. 국어 선생님, 2학년 때 담임선생님, 심지어는 자기소개서를 잘 써서 좋은 대학에 갔다는 선배. 이들에게 자신의 자기소개서를 뿌리는 것입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자신들의 부족한 자기소개서를 부모님의 경제력으로 해결하려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결국 대부분의 자기소개서는 우리 교사들에게 다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원서 여섯 장을 모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쓴 학생이나, 어쩔 수 없어 대학 한 곳만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는 학생이나, 원서 마감 하루 전에 경쟁률을 보고 원서를 디밀었는데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라고 하여 당황하는 학생들 모두 말입니다. 그렇게 되어 담임교사이든 국어 교사이든 학생들의 자기소개서에 얽매이게 되는 것입니다.


 

  나. 더 고통스러운 자기소개서 지도


자기소개서야 학생들이 지원하는 대학에 자신들을 소개하는 글이기에 우리 교사들이 주체가 되는 글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이건 너희 글이니까 너희가 알아서 해라.” 하고 모른 체 던져둘 수는 없습니다. 수험생인 학생을 지도하고 있고, 그 학생들이 진학하는 데 꼭 필요하니까 자기소개서는 자연스럽게 우리 교사들의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왜 우리 교사들이 자기소개서를 지도하면서 겪게 되는 고통을 해결해 주는 이는 없습니다.

더 큰 고통은 자기소개서를 지도해야 하는 때가 1년 중 가장 시간에 쫓기는 시기라는 것입니다. 자기소개서는 당연히 수시와 연결되는 것이기에 우리들의 자기소개서 지도는 수시 상담이나 추천서 작성과 함께 이루어지기 마련입니다. 추천서 입력 날짜가 다가오는데, 책상 위에는 첨삭해 달라며 던져둔 자기소개서들이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내 일이려니 하는 사명감으로 자기소개서를 읽기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그리 길지 않는 글을 읽어가는 도중에 수없는 좌절감을 맛보게 됩니다. 녀석들이 써 온 것들이 분명 글자들이 모여 있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글은 아닙니다. 문단으로도 읽어도, 문장으로도 읽어도 무엇을 쓴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글입니다. 스스로 난독증 환자가 아닌가 의심하기도 하고, 이런 것을 글이라고 써 온 녀석들이 내 제자인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 장 두 장 자기소개서를 읽다보면, 이런 글을 읽어야 하는 3학년 담임의 위치가 갑갑해 집니다.

이것은 도저히 내가 읽어야 할 글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합니다. 간혹 빨간 플러스 펜을 들고 쓱쓱 자기소개서를 고쳐가는 동료 교사들을 보면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잘 사는 어디인가에서는 얼마간의 돈을 투자하고 학교 밖의 훌륭한 사람들에게 자기소개서 지도를 받는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왜 글재주 없는 담임을 고생시키는지 모르겠습니다. 염체 불구하고 옆 자리의 국어 선생님에게 이것 좀 봐 주실래요.” 부탁하는 용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이 자기소개서 덕입니다.

 

  다. 자기소개서는 학생의 글


우리 교사들이 자기소개서를 지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열정을 가지고 자기소개서를 지도한다 하더라도, 그 글은 우리들의 글이 아니라 학생들의 글이라는 점입니다. 자기소개서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단어나 표현이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게 그 학생의 자기소개입니다. 이는 자기소개서를 지도하는데, 우리 교사들의 역할이나 관여는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자기소개서는 큰 틀에서만 지도해야 하고, 세밀한 부분은 그냥 학생들에게 맡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너무 세밀한 부분까지 지도하게 되면, 학생들은 모든 것을 의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또 교사들은 여러 학생의 자기소개서를 읽을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면 자기소개서는 이래야 한다는 정형화된 공식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너무 친절하게 도와주려 하다보면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교사들의 문체로 쓰인 글이 되는 것입니다.

이 글의 제목으로 자기소개서 지도라는 표현을 썼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조언이 맞는 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고쳐라.”가 아니라, “이렇게 써 보는 게 어떻겠니?” 하는 글입니다. 혹 학생들이 우리들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의 고집대로 자기소개서를 쓴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 반 학생이 담임교사인 나를 건너뛰고 다른 교사에게 자기소개서를 들고 간다거나, 어디 다른 곳에서 자기소개서를 지도받고 온다거나, 아예 보이지도 않고 자기소개서를 대학에 제출한다 하더라도, 이 역시 어쩔 수 없습니다. 학생들의 자기소개서이기 때문입니다.

 


  다. 자기소개서는 반복하여 쓰는 글


자기소개서는 한 번에 완성될 수 있는 글이 아닙니다. 자기소개서를 한두 번에 써내는 글재주가 뛰어난 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또 논술문처럼 근거를 갖추어 논리적으로 쓰는 글이 아니기에, 다분히 감성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글입니다. 전날 쓴 글을 다음 날 아침 읽게 되면 당연히 오글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계속 반복하여 쓰고 수정하며 다시 써야 하는 글입니다. 이렇게 많이 수정한 글일수록 당연히 완성도가 높습니다. 또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면접을 실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반복하여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면접 연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교사들이 자기소개서를 지도한다고 작정했을 때는, 조금은 독해져야 합니다. 기한을 정하고, 그 기한 안에 써오도록 해야 합니다. A학생이 써오지 않으면, 다음날에는 A,B 두 학생의 글을 읽어야 하고 C학생의 추천서를 써야 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참을성이 크지 않아 자기소개서 쓰다가 쉬 지쳐버리기도 하고, 이해력이 부족하여 왜 자기 글이 잘못되었는지 알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런 학생들을 모두 다잡고 가야 하는 일이 우리들의 일입니다. 이렇게 수고로움을 각오하고 가는 길이 자기소개서 지도입니다.

아래는 제가 올해 자기소개서로 학생들을 괴롭혔던 역사입니다.

 




이 글에서 든 자기소개서는 제가 오해 맡은 학급의 학생들의 글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글 쓴 학생들의 어느 정도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텍스트롤 올리지 않고 이미지로 올립니다.



2. 자기소개서 쓰게 하기


  가. 처음 쓰는 때


자기소개서는 언제부터 쓰게 해야 할까요? 부지런한 학부모들은 고등학교 1,2학년 때부터 자기소개서를 쓰게 시킵니다. 일부 교사들이나 입시 기관(?)에서도 수시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써 줄 것을 충고하기도 합니다. 그런 까닭에 1,2학년 때는 아니더라도 3학년 새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자기소개서를 쓰려는 학생들도 있고, 쓰라고 요구하는 교사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자기소개서를 일찍 쓴다고 하여 훌륭한 자기소개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을 표현하는 글이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진로와 진학의 내용을 담고 있는 글입니다. 하지만 1,2학년 때에는 아직 확실한 진로(희망 대학이나 학과)가 결정되지 않은 시기입니다. 진로 결정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내신 성적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변할 가능성이 큰 진로를 염두에 둔 자기소개서는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학생들이 3월초부터 자기소개서에 매달리다 보면, 분위기에 취해 정작 중요한 학업을 등한시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학생들이 쓰는 자기소개서는 완전한 것이 아닙니다. 지도하는 이(주로 교사)가 도와주어야만, 제대로 된 자기소개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1,2학년 때나 3월 초에 쓰는 자기소개서는 학생들이 저 혼자 쓰는 자기소개서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완성도를 높이려면 우리 교사들이 3월부터 자기소개서를 읽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여러모로 우리들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본격적인 자기소개서 작성은 3학년 여름방학 직전에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이 시기는 내신 성적 산출이 어느 정도 종료된 후입니다. 그 성적에 따라 희망 진로가 어느 정도 결정된 다음이라야 정확한 자기소개서가 나올 수 있습니다.

 

 

나. 준비시키기


그렇다고 여름방학 때까지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을 없습니다. 예비 수험생인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에 대해 대강을 이해시키고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할 필요는 있습니다. 자기소개서에 대해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쉽게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학생도 있고, 빨리 써 보고 싶은 조급증을 가진 학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담겨 있는 많은 생각과는 다르게, 실제로 글로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학생들이 막상 자기소개서를 쓰게 될 때 겪게 될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미리 약간의 준비를 시켜들 필요가 있습니다.

 

① 자신에 대한 이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서류는 학생생활기록부이기에 학생들은 자신의 학생부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물론이고,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학교의 진로 시간이나 자율 시간 등을 이용해 학생부 탐구를 위한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학생부를 항목별로 나누고 학생부의 내용 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거나,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판단되는 내용을 고르게 합니다. 형광펜을 들고 자신의 자기소개서에 밑줄을 긋게 할 수도 있고, 오려 붙이게도 할 수 있으며, 중요 항목을 따로 적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내용이 자기소개서의 바탕이 되는 겁니다.

다음은 학생부를 항목별로 오려붙이게 만든 자료입니다.

 



 ② 자기소개서의 이해

학생들이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서는 자기소개서가 어떤 글이고, 어떻게 써야 하는 글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것 역시 우리 교사들이 가르쳐야 할 것일 수도 있지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자기소개서를 학습하는 시간은 정규교과과정 어디에도 없고, 자세하게 일러주는 교재도 없습니다. 대개 인터넷 등지에 올라와 있는 자료나 자기소개서 예시가 대부분인데, 그것들도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자료들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한 번 써 봐라.”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를 지도하려고 작정하였을 때, 마땅한 자료가 없어 많이 고생했습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옅은 지식과 적은 경험으로 자기소개서 지도 자료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아래는 본교 학생들에게 배부하고, 희망 학생들을 모아 강의를 했던 유인물과 PPT 자료입니다.

 




③ 자기소개서 맛보기

학생들이 본격적인 자기소개서를 쓰기 전에, 간단하게 자기소개서를 써 보게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연하게 그냥 써 보자 하면 안 쓰는 학생들이 더 많습니다. 약간은 강제적인 방법을 생각해 보았는데, 수행평가입니다. 작년과 올해 국어 관련 교과 시간에 학생들에게 수행평가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보게 하였습니다.

다만, 대학 입시에서 요구하는 자기소개서는 항목이나 분량이 많아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고, 자기소개서가 필요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강요가 됩니다. 그래서 실제 수행평가에서는 아래처럼 분량을 조금 줄였습니다.




 

 

  다. 유의점 일러주기


이제 자기소개서가 필요한 시기가 되면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를 써오게 합니다. 저는 그 전에 먼저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일러주었습니다.


① 먼저 다른 이들의 자기소개서를 참고하지 말 것.

인터넷 등지에는 다른 사람들의 자기소개서가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이 생활화되어 있다거나, 자기소개서 작성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은 그런 글들에 많이 의존하려 합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참고만 하려고 하지만, 점차 많은 부분을 그대로 따라 쓰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여러모로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유사도 검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고, 다른 이들의 활동에 자신의 활동을 꿰어 맞추는 우를 범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학생들에게 이러한 위험성을 충분히 알려주고, 가급적이면 다른 이들의 자기소개서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② 반대로 자신의 글 역시 여기저기에 보이지 말 것.

학생들은 자신이 쓴 자기소개서가 제대로 된 것인지 불안해합니다. 그렇기에 스터디를 만들어 함께 쓴다거나, 한 선생님께만 보이기가 불안하니 다른 선생님께도 보인다거나, 아니면 인터넷에 올려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모두 적절하지 못한 것임을 꼭 일러 주어야 합니다.

여기저기에 자신의 자기소개서를 돌리다보면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자기소개서가 다른 이들에게 공개되고 공유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공유 장소가 인터넷이라면 매우 심각한 결과가 초래됩니다. 또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들은 다양한 충고를 모두 따르다 보면 사공이 많아져 자기소개서가 산으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부족하더라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꼭 자신이 작성해야 하고, 도움을 받을 사람들도 최소화해야 함을 강조해야 합니다.

 

 

  라. 초안 쓰게 하기


이제 기한을 정해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를 쓰게 합니다. 다음은 학생들에게 제시했던 자기소개서 초안 작성법입니다.


① 일단 적어 보게 할 것

글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계속 뭔가를 물으러 오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건 대교협에서 금지한 거 아닌가요?” 라든지 이걸 이 항목에 써야 하는 게 맞나요?”, “이거랑 저거랑 중에 어떤 게 나아요?” 이런 질문들입니다. 막 쓰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내용의 적절성부터 따지기 시작하면 학생과 교사 모두 너무 피로해집니다. 학생들이 힘들어 할 수도 있겠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모두 적어보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설사 나중에 많은 내용을 버리게 될 수도 있지만, 그 중에 살려낼 수 있는 것이 더 많습니다. 또 그렇게 쓰는 과정에서 자기소개서에 대한 개념을 스스로 익힐 수도 있습니다.


② 최대한 많이 쓰도록 할 것

나중에 자기소개서를 수정하다 보면 한 문단이 그대로 날아가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글은 줄이기는 쉬워도, 늘리기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자기소개서는 처음부터 최대한 많은 분량으로 쓰게 해야 합니다.


③ 다양한 내용으로 적게 할 것

자기소개서에는 대단하고 특별한 활동을 적어야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실하지만 평범한 학생들은 자기소개서에 쓸 얘깃거리가 없습니다. 대단하고 특별한 활동도 중요하겠지만 학교와 학급에서 있었던 소소하지만 열심히 했던 활동 역시 중요합니다. 이런 모든 활동을 모두 적어 보도록 합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그런 것을 자기소개서에 담아 갑니다.)


④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려고 하지 말 것

초안부터 자기소개서에 요구하는 글자 수를 정확하게 지켜 쓰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글자 수를 맞추다 보면 정작 필요한 내용을 적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몇 차례 수정해야 하는 글이니만큼 초안의 글자 수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⑤ 모든 항목을 다 쓰게 할 것

어떤 학생은 자기소개서의 이것 먼저 봐 주세요.” 하고 34항목 중 일부만 써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쓰는 이나 읽는 이 모두 글 전체를 보아야지만 각 항목간의 간섭도 피할 수 있고, 전체적인 흐름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모든 항목을 다 써 오게 해야 합니다.


⑥ 에피소드를 문단으로 나누어 쓰게 할 것

자기소개서의 한 항목에는 23개의 활동이 담겨집니다. 이들 활동을 죽 이어 한 문단으로 쓰려 하지 말고 에피소드별로 문단을 나누어 쓰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활동을 이해하거나 재조직하기 쉽고, 분량상의 균형을 맞추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⑦ 먼저 활동을 쓰고, 그 활동에 대한 소감은 나중에 적게 할 것

초안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구체적인 활동 내용입니다. 이에 대한 소감은 나중에도 충분이 덧붙일 수 있습니다. (또는 소감으로 분량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⑧ 워드로 작성하여 이메일로 보내게 할 것

저는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이메일로 받았습니다. 종이 출력물보다는 관리가 수월했습니다.

 

(1) 아래는 1번 항목(1000)을 최대한 많이 써온 학생의 글입니다.




 

3. 써온 자기소개서 지도


이제 학생들이 자기소개서를 써 왔습니다. 이 글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에 살펴보겠습니다.

 

  가. 에피소드 고르기


다행히도 학생이 많은 에피소드를 적어 왔다면, 그 중에서 어떤 것을 살려야 할까요? 다음처럼 몇 가지 기준을 세워 보았습니다.


① 문항에서 요구하는 것인가?

당연히 해당 문항에서 요구하는 에피소드여야 합니다. ‘배려나눔갈등관리를 쓰라는 문항에, ‘학업능력관련 활동을 쓸 수는 없습니다.


② 다른 문항의 내용과 간섭되지 않는가?

하나의 활동을 2개 이상의 문항에서 동시에 언급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달리 언급할 활동이 없거나, 그 활동을 열정적으로 하여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일 텐데……. 이렇게 쓰면 고등학교 생활이 빈약해 보입니다. 어떤 한 문항에서 다룬 활동이라면, 나머지 문항에서는 지워야 합니다.


③ 구체적인 활동이 드러나 있는 에피소드인가?

학생이 구체적으로 활동한 것이어야 합니다. 자신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언급하지 않고, 활동이 이루어진 학교 프로그램을 단순하게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거나, 동아리에서 급우들과 함께 활동한 것을 자신의 활동인양 기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써야 하는 글은 자기소개서이지 학교 소개서동아리 소개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④ 학생이 잘 기억(설명)하고 있는 에피소드인가?

자기소개서에 언급된 에피소드를 학생과의 대화를 통해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기가 오래되었거나, 그리 큰 관심을 갖지 않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활동이라면 빼는 것이 좋습니다. 대학 면접에서에서는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질문하기 때문에 꼭 확인해야 합니다.


⑤ 대학에서 좋아할 만한 에피소드인가?

학생의 진학하려는 전형과 관련이 깊거나, 대학에서 원하는 인재상과 관련이 있는 에피소드라면 우선적으로 살려두어야 합니다.

 



(2) 위 학생은 처음에 5개의 에피소드를 써 왔습니다. 이들 에피소드를 두고 학생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들 중에서 는 학교 차원의 프로그램을 소개한 내용이고, 학생의 구체적인 활동이 드러나 있지 않아 빼기로 하고 남은 세 에피소드로 2번 항목을 구성했습니다.

 




  나. 조직하기


① 에피소드를 유형화하기

자기소개서는 한정된 분량 안에서 써야 하는 글이기에 학생의 다양한 여러 활동을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각각의 활동을 유형화하여 재조직하면 학생의 다양한 활동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A활동은 자기 주도적으로, B활동은 급우들(동아리)과 함께, C활동은 학급(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했다고 쓰면, A,B,C의 활동을 보여주면서, 학생의 자기주도적인 능력, 급우들과의 협력과정, 학교생활의 충실도를 함께 보여줄 수 있습니다.





(1) 처음에 이 학생은 자신이 어떻게 수학, 영어, 사회과 학습을 했는지를 길게 소개하였습니다. 분량을 줄이기 위해 같이 읽다가, 학생이 과목별로 학습방법을 다르게 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부분은 지우게 하고 다음처럼 과목별로 학습방법을 유형화시켜 보았습니다. 그렇게 쓰니 학생의 다양한 학습방법을 보여 줄 수 있었습니다.





② 에피소드를 체계적으로 연결하기

에피소드들을 단순하게 늘어놓는 것보다는 각각의 에피소드가 유기적인 연결이 될 수 있도록 순서를 바꾸거나, 접속어를 사용하여 활동을 연결하면 전체적으로 체계적인 짜임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원인과 결과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왜 이 활동을 하였는데?”,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지?”, “그것이 네 학교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그 대답에 맞도록 에피소드를 재배열하게 합니다.

 



 

(2) 다양한 활동은 하지 않았지만. 상담 관련 활동은 열정적으로 한 학생입니다. 처음에는 생각나는 대로 활동을 나열하여 써 왔습니다. 이 활동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과정을 거쳐 다음처럼 체계적으로 다시 구성해 보았습니다.


 

 


  다. 글 늘이기


① 활동을 더 추가하기

항목에서 요구하는 글자 수를 채우지 못하여 애를 먹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크게 두드러지는 활동을 하지 않았거나, 특별한 활동만이 자기소개서의 소재가 된다고 믿는 다거나, 갑자기 자기소개서를 쓰게 된 학생들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학생부나 그간의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상담을 하고, 그 상담을 바탕으로 활동을 더 추가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소박하고 소소한 학교생활을 찾아보게 하고 그 활동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면, 훌륭한 에피소드가 될 수 있습니다.

 

(2) 아래 학생은 처음 2번 항목을 700자 정도밖에는 써 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학생의 학생부를 읽어보니 1학년 때 급식도우미로 활동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활동을 하게 된 동기, 활동 과정, 소감 등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보게 하였습니다.




 

 

다른 항목의 내용을 옮겨오기

어떤 항목은 글자 수나 에피소드가 넘쳐나지만, 다른 항목에서는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의 활동들은 어느 특정한 항목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항목에서도 소재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의미를 두고 노력한 교내 활동나눔, 배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에피소드를 약간 수정(주로 소감 부분)하여 다른 항목에서 옮겨 쓸 수 있습니다.

 

(2,3) 아래 학생은 2번 항목에는 활동 내용이 충분히 많았지만, 3번 항목에는 마땅한 에피소드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2번에 있던 멘토 멘티활동을 3번으로 옮겨 기술하게 하였습니다.

 



③ 활동을 확장하기

간략하게 쓴 활동을 더 늘려 쓸 수도 있습니다. 활동을 하게 된 계기를 밝힌다거나, 활동 과정을 구체화한다거나 활동을 통해 얻게 된 깨달음 등으로 내용을 확장하면 본래 분량보다 많아지고 에피소드도 다채로워 질 수 있습니다.

 

(4) 행정학과를 지망하고 장차 공무원이 꿈인 아래 학생은 1000자를 요구하는 항목에 250자를 겨우 채워 왔습니다. 그래서 처음 내용을 중간 문단으로 하고, 학생이 좋아했던 사회 과목의 학습 방법과, 군인인 아버지로부터 받는 영향을 포함시켜 글을 확장하게 하였습니다.

 






  라. 글줄이기


불필요한 부분을 삭제하기

불필요한 내용을 가득 채워오는 학생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의 활동이 아니라 중학교 때의 활동을 썼다거나,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학교 프로그램이나 동아리의 성격, 읽은 독서 기록 등을 쓰는 경우입니다. 이런 내용들은 자신을 소개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은 과감하게 지우게 하고 다른 에피소드를 발굴하게 하거나, 활동을 다른 쪽으로 확장하게 하는 방법을 고려해 봐야 합니다.

 

(2) 아래 학생은 동아리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을 정말 길게 썼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불필요한 내용이어서 걷어내고 나니, 100자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학생은 많이 아쉬워했지만) 본인은 걷어낸 것 대신에 동아리에서의 활동 과정과 소감을 채워 넣었습니다.




② 핵심이 되는 부분만 남겨두기

글자 수를 대폭 줄여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 때는 글자 수를 헤아리는 프로그램에 글을 올려놓고, 전체 흐름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하나하나 지워가게 합니다. 주로 상황에 대해 설명한 부분, 예를 든 부분, 이것저것 열거한 부분 등을 줄이게 합니다.

 

(1) 음은 원래의 내용을 1/2로 줄인 과정입니다. 고등학교 재학 중, 구체적인 활동이 드러나지 않은 글이기에 줄이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밑줄 친 부분만 남겨두고 다시 쓰게 했습니다.





 


정교화 하기

최종적으로 자기소개서를 정교화 하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자연스러운 표현을 찾는 것과 글자 수에 맞추는 일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어색한 표현 고치게 하기

자기소개서가 문예적인 글은 아니기에 명문장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쓰인 글이 읽기에도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사들이나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교정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완벽한 글은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여러 번 소리 내어 읽게 하면 글 중 어색한 부분이 느껴질 것입니다.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 학생들은 수능 국어를 많이 준비하였기에, 글의 어색함을 교정할 능력은 어느 정도는 갖추어져 있지 않을까요?

 

(2) 다음 학생은 자기소개서를 몇 번에 걸쳐 수정하였습니다. 제 조언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본인 스스로가 고쳐 왔습니다. 


 

원래 내용 남기게 하기

글을 고칠 때는 본래의 글을 버리지 말고, 고친 글과 같이 두고 비교하게 해야 합니다. 내용이나 표현이 어색하여 고쳤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읽어보면 오히려 고치기 전의 글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도록 이전 글을 남겨두게 합니다.

 



 

③ 에피소드별로 분량을 맞추게 하기

자기소개서의 항목을 구성하는 에피소드들 간에는 어느 정도 분량상의 균형을 맞추게 해야 합니다. 한 에피소드를 전체의 3/4정도 쓰고 다른 에피소드는 1/4밖에 쓰지 않았다면, 후자의 에피소드는 분량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쓴 것 같은 인상을 주게 됩니다.

 

(3) 아래 학생이 처음 써온 글은 두 에피소드의 길이가 조금 차이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를 더 줄이게 하여 다음처럼 균형을 맞추게 하였습니다.





글자 수를 고려하여

학생이 쓴 글이 아슬아슬하게 자기소개서가 문항에서 요구하는 분량을 넘어서기도 합니다. ‘하였습니다했습니다로 바꾸는 것처럼 단어 하나를 바꾼다고 줄어들지 않습니다. 이 때는 전체적인 흐름에 큰 지장이 없는 문장 하나를 찾아 줄이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글자 수를 정확하게 맞게 쓰도록 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조금 여유를 두고 쓰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1000자는 950자 정도로, 1500자는 1400 정도에 맞추어 쓰게 하면 글자 수가 넘치는 일이 줄어듭니다.


 


마지막으로 교사가 검토하여

마지막으로 교사가 검토하여 단어 선택에서 심각한 오류가 없는지, 비공식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는지를 검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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