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이황의 한시 '저물녘에 걸으며(만보)'

New-Mountain(새뫼) 2022. 9. 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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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晩步) ; 저물녘에 걸으며

이황(李滉, 1501~1570)

신영산 옮김

苦忘亂抽書 고망난추서   잊은 것이 많았기에 이 책 저 책 어지러이 뽑아 놓고

散漫還復整 산만환복정   흩어진 걸 다시 모아 정리하려 하였더니,

曜靈忽西頹 요령홀서퇴   어느새 저녁 해는 서쪽으로 기울어지고

江光搖林影 강광요림영   강물 위에 드리운 숲 그림자 흔들리더라.

 

扶筇下中庭 부공하중정   지팡이 찾아 짚고 뜨락으로 내려가서

嬌首望雲嶺 교수망운령   고개 들어 구름 어린 고개를 바라보니

漠漠炊烟生 막막취연생   아득하게 밥 짓는 연기가 피어나고

蕭蕭原野冷 소소원야랭   으스스 어스름에 산과 벌은 서늘하구나.

 

田家近秋穫 전가근추확   농가에선 가을 되니 추수가 가까운지

喜色動臼井 희색동구정   방앗간과 우물터엔 희색이 도는구나.

鴉還天機熟 아환천기숙   갈까마귀 날아오니 절기는 무르익고

鷺立風標迵 노입풍표동   해오라기 우뚝 서니 그 모습이 훤칠하도다.

 

我生獨何爲 아생독하위   내 인생은 홀로 무얼 하고 있음인지

宿願久相梗 숙원구상경   숙원이 오래도록 풀리질 않았구나.

無人語此懷 무인어차회   이 회포를 뉘에게 이야기할 것인가.

搖琴彈夜靜 요금탄야정   거문고만 둥둥 타네, 고요한 이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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