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서거정의 '병을 얻어 시골집에 가서 몇 달을 머무르다(이병도촌가 유수월)'

New-Mountain(새뫼) 2022. 5. 1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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移病到村家 留數月(이병도촌가 유수월) ; 병을 얻어 시골집에 가서 몇 달을 머무르다

 

徐居正(서거정, 1420~1488)

신영산 옮김

 

數間茅屋半山隈 수간모옥반산외   산 중턱 모퉁이에 지어 놓은 두어 칸 띳집으로

今日尋梅走馬回 금일심매주마회   오늘에야 매화를 구경하려 말을 달려 돌아왔구나.

鷄爛屢逢鄰舍餉 계란누봉린사향   이웃들이 계란을 삶아내어 먹으라고 보내오니

酒香同擧故人杯 주향동거고인배   향기로운 술을 따라 옛 벗과 함께 잔을 기울인다.

戶因逃賦年年減 호인도부년년감   백성들은 부역을 피하느라 해마다 줄어드는데

吏爲徵兵日日來 이위징병일일래   관리들은 군사로 뽑는다고 날마다 찾아오더라.

剩借燈前一夜話 잉차등전일야화   밤새도록 등 앞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노니

田家生理絶堪哀 전가생리절감애   농촌에서 살아가는 일이란 게 가련키만 하였도다.

 

世事疎才百不能 세사소재백불능   재주가 모자라서 세상일은 하나도 모르거니

區區鉛槧是吾曾 구구연참시오증   구구한 글재주만 오로지 내가 하는 일이로다.

緣愁白髮三千丈 연수백발삼천장   시름이 인연 되어 백발은 삼천 길이 되었으나

隨興靑山十萬層 수흥청산십만층   흥겨움을 따라가면 층층한 십 만의 청산이라.

泥飮田家遭父老 이음전가조부로   농가에서 흡족하게 마시려고 어르신들 만나보며

重遊野寺約高僧 중유야사약고승   절에서 거듭 놀려 고승들과 약속도 하였다네.

更知多病交遊冷 갱지다병교유랭   다시금 병이 들어 사귀는 게 멀어짐을 알겠으니

一字何曾有故朋 일자하증유고붕   한 글자 언제 다시 옛 벗과 나눌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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