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2반 학부모님께
며칠 전 장하게 내리는 눈을 보았습니다. 영종도에 와서 그렇게 많은 눈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새 학기가 되고, 3월이 되고, 곧 봄이 될 거라고 생각하여 묵은 겨울옷을 깊이 갈무리하려다가 곧 단념했습니다. 얼마 동안은 여전히 칙칙한 겨울옷에 몸을 의지해야 할 모양입니다.
서신으로 불쑥 인사드립니다. 맡은 학생들이 많고, 또 일일이 전화로 챙겨 드리기에는 많이 부지런하지 못하기에 이렇게 컴퓨터 활자를 이용한 문안을 여쭙게 되었습니다. 올해 귀 댁 따님들의 학급인 인천공항고등학교 2학년 2반을 맡은 교사 신영산입니다. 국어과 교사이고 교육과정상으로는 문학 과목으로 아이들과 만납니다.
양띠이니, 아마도 부모님들과 어느 정도 연배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살만큼 살았지만, 여전히 세상에 낯설음과 두려움을 간혹 느끼는 아직 정리가 잘 안 되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또 결혼 이후 계양구에서만 죽 생활해오다가, 나름 삶의 변화를 위해 가족들과 함께 영종도로 이사하였습니다. 그게 3년 전입니다. 그렇기에 아직 완전한 영종도 주민은 아니어서 여전히 영종도 사람들과 시내 거리가 눈에 설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낯설음과 두려움이 더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로 분필을 잡은 지 이십 팔년 째이고, 이곳 공항고등학교는 일곱 번째 학교입니다. 주로 계양구와 부평구에서 근무했습니다. 중학교와 공업고등학교를 거쳐 계산고등학교, 서운고등학교에서 근무하였고, 직전에는 부평여자고등학교에서 근무하였습니다. 15년간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이 8년, 3학년 부장이 1년, 그렇게 아홉 번을 3학년 학생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공항고등학교로 부임하여 재작년에는 3학년 여학생들의 작년에는 3학년 남학생들의 담임을 맡았습니다. 이렇게 3학년 학생들과 여러 차례 만난 터이라, 입시와 진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나름의 경험이 있어 다른 선생님들보다 크게 부족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 학년에만 너무 오래 있다 보니, 제 자신이 많이 정체될 수도 있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2학년 학생들을 만나려 했고, 그렇게 하여 2학년 2반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난 담임 발표 일에 막상 아이들을 마주하니 여학생들이야 계속 마주하던 아이들이지만, 2학년 여학생들은 조금 낯섭니다. 이 아이들과 일 년간 함께 생활할 일을 생각하면 낯섦이 더해집니다.
아이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놀아주고, 아이들이 재미있는 교실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해 주며,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고, 꿈을 이루게 도와주는 방법이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갖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이 2학년 여학생들에게 어떤 소용과 도움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조금 고민스럽기도 합니다. 그 고민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일이 올 한 해 제가 2학년 2반 교실에서 애를 써야 하는 첫 번째 일이 될 터입니다.
따님들이 겪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이란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답고 소망이 가득한 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 겪고 있고 앞으로 겪게 될 현실적인 여러 장애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무척이나 힘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들에게 적지 않은 힘을 주는 일이 오롯한 제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자식을 키우는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제 딸을 대하듯이 여러 부모님들의 따님들을 대하려는 생각입니다.
그런 소박한 마음으로 첫인사를 대신하는 글월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다만 학생이 많고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따님들의 장점을 하나하나 알지 못할 수도 있고, 또 아파하고 있는 것들도 미처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에 따님들에 대해 제가 더 알고 있었으면 하는 것들이나, 앞으로 학교생활이나 학습 방법, 장차 겪게 될 진로나 입시 등에 대해 궁금하시거나 상의할 말씀이 있다면 언제든지 아래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늘 건강 유의하시고, 댁내 평안과 강녕을 기원하면서 부족한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3월 2일에
신 영 산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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