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의 한시 '누에치는 노래(원진사칠수증내)'
蚖珍詞 七首 贈內(원진사칠수증내)
; 누에치는 노래 일곱 수를 지어 아내에게 주다
丁若鏞(정약용, 1762~1836)
신영산 옮김
家人癖於蠶, 雖在京城, 歲收繭絲, 故有是作. 가인벽어잠, 수재경성, 세수견사, 고유시작
아내가 누에치기를 좋아하여 비록 서울에 살면서도, 해마다 고치를 수확하기에 이 글을 지에 주었다.
半年麻枲勞耕翦 반년마시노경전 반 년 하는 삼 농사는 가꿔 거두기 힘이 들고
終歲棉花慮雨暘 종세면화려우양 일 년 하는 목화 농사 장마 가뭄 걱정이라.
最是蠶功收效疾 최시잠공수효질 무엇보다 누에 치는 효과 가장 빠르거니,
三旬贏得繭盈箱 삼순영득견영상 한 달이면 광주리에 누에고치 가득하다네.
款段未聞生騄駬 관단미문생록이 조랑말이 준마를 낳았단 말 못 들었고,
狐不見產獒盧 호불견산오로 삽살개가 사나운 개 낳은 것 못 보았네.
今年擇種如金粒 금년택종여금립 금년에 고른 누에 종자 금싸라기 같으니
來歲纏絲等玉壺 내세전사등옥호 내년에는 고치실이 옥병과 다름없으리.
須將舊葉哺纖蟻 수장구엽포섬의 묵은 뽕잎 따다가 새끼 누에 먹이고서
留養新芽待老蟲 류양신아대노충 새 잎은 남겨두어 늙은 누에 기다리네.
唯恐久飢深得病 유공구기심득병 오래 굶어 병이 들까 다만 걱정되겠지만
無令太飽獨成雄 무령태포독성웅 너무 먹여 수놈을 만들지는 말아야지.
層䒼安排量所函 층곡안배량소함 층층 누에 채반 놓아 알맞게 배치하니
七層能養七間蠶 칠층능양칠간잠 일곱 층에 일곱 칸 누에 능히 칠 수 있으리라.
遠臭兼須齊冷煖 원취겸수제냉난 냄새를 멀리하고 차고 뜨거움 맞게 하며
納陽常要向東南 납양상요향동남 햇볕 들게 언제나 동남쪽을 향해야 하네.
盆中納繭數宜明 분중납견수의명 옹기솥에 앉힌 고치 그 수를 잘 맞추고
莫把㪺兒信手傾 막파구아신수경 손 가는대로 함부로 뒤집지 말아야 하네.
熱灶熏蒸絲易爛 열조훈증사이란 아궁이에 불을 넣어 고치실이 잘 풀리면
繅車須向轆轤鳴 소차수향록로명 물레에 도르래 도는 소리 들릴 게라.
氣桑不似地桑肥 기상불사지상비 기상 뽕은 지상 뽕처럼 탐스럽지 못하지만
一畝栽成十室衣 일무재성십실의 한 이랑만 심어도 열 집 옷이 나온다네.
魯桑荊桑俱可種 노상형상구가종 노상 뽕에 형상 뽕은 모두 다 심을 만하니
莫敎紅葚鳥銜歸 막교홍심조함귀 붉은 오디 새들이 물고 가게 하지 마라.
蠶家羽翼是棉田 잠가우익시면전 양잠하는 집에서는 목화밭도 도움 되니
地力人功奈未專 지력인공내미전 땅 힘에 사람 공력 어찌 다하지 않을 손가.
碌碡會施經緯線 녹독회시경위선 써레로 땅을 골라 가로세로 이랑 짓고
攪車須藉樚櫨旋 교차수자록로선 씨아에다 솜을 걸고 얼레 돌려 실을 뽑게.
* 기상, 지상, 노상, 형상 : 뽕나무의 종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