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간의 한시, '궁녀의 네 계절 노래(궁사사시)'
궁녀의 네 계절 노래 (宮詞四時)
성간(成侃, 1427~1456)
신영산 옮김
陰陰簾幕燕交飛 음음렴막연교비 어둑한 구슬발과 휘장 밖에 제비 떼가 번갈아 날아다니니
日射晴窓睡起遲 일사청창수기지 햇빛이 창문에 비치도록 더디 자다 일어났네.
急喚小娃供頮水 급환소왜공회수 급히 어린 계집종을 불러다가 세숫물 바치게 하고
海棠花下試春衣 해당화하시춘의 해당화 아래에서 봄옷을 차려입어 보았구나.
陰陰簾幕暑風輕 음음렴막서풍경 어둑한 구슬발과 휘장 밖에 여름 바람 가볍게 불어오니
閑瀉銀漿滿玉缾 한사은장만옥병 한가로이 흰 미음을 부어내어 옥병에 채웠도다.
好箇黃鸝多事在 호개황리다사재 어여쁜 저 꾀꼬리는 적당하게 울 일이 많았는지
隔墻啼送兩三聲 격장제송양삼성 담을 두고 두세 번 곱게 울며 소리를 보내더라.
碧梧金井換新秋 벽오금정환신추 오동잎이 궁궐의 우물 속에 떨어지니 새 가을로 바뀌나니
斜倚薰籠一段愁 사의훈롱일단수 화로에 비스듬히 기대어도 한 가닥 시름이라.
明月滿庭天似水 명월만정천사수 밝은 달은 뜰 안에 가득하고 하늘은 물 같은데
起來無語上簾鉤 기래무어상렴구 말없이 일어나 구슬발의 갈고리를 올렸도다.
七寶房中別置春 칠보방중별치춘 온갖 보물 갈무리한 방안에다 봄도 따로 감춰 두었나니
羅巾斜帶辟寒珍 나건사대벽한진 비단 수건 비스듬히 띠었으니 여기가 벽한진이라.
朝來試步梅花下 조래시보매화하 아침에 시험 삼아 매화나무 밑을 걸어 보느라고
臉上臙脂懶未勻 검상연지라미균 게을러 볼 위의 연지를 고루 바르지 못했다네.
* 벽한진(辟寒珍) : 추울 때에 그것을 집 안에 두면 추위를 모른다는 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