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옛문학, 고재형의 '강화도의 열 경치(심주십경,강화십경)'
심주십경(沁州十景)
- 강화십경(江華) -
고재형(高在亨, 1846∼1916)
신영산 옮김
1경 - 南臺霽月(남대제월) ; 비 갠 날에 남산대에 뜨는 달
南山臺上久踟躕 남산대상구지주 남산대 위에 올라 오래도록 머뭇거리며 서성이니,
霽月浮來太極圖 제월부래태극도 이윽고 맑게 갠 달 떠오르니 태극처럼 둥글더라.
流峙如看金鏡裡 유치여간금경리 흘러내린 산줄기가 금 거울 같은 달 속에 보이노니
昭昭十景一江都 소소십경일강도 환하고 또렷하여 강화의 십경에서 첫째로다.
2경 - 北場春牧(북장춘목) ; 북장에서 봄에 기르는 말
松岳山北草色齊 송악산북초색제 송악산의 북쪽으로 풀들이 가지런히 자랐으니
三三兩兩馬牛蹄 삼삼양양마우제 셋씩 둘씩 소와 말의 발자국이 늘어섰구나.
春風一葉聲聲笛 춘풍일엽성성적 봄바람 한 줄기에 피리 소리 들리고 또 들리니
吹送江天日影西 취송강천일영서 한 곡조를 먼 하늘에 막 지는 해에게 보내노라.
3경 - 鎭江歸雲(진강귀운) ; 진강산으로 돌아오는 구름
鎭江山色碧如屛 진강산색벽여병 진강산 빛깔은 푸르게 병풍을 친 듯하고
片片歸雲錦繡形 편편귀운금수형 조각조각 돌아오는 구름은 수를 놓은 비단이라.
首智遺墟何處是 수지유허하처시 수지현 옛터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으리오.
造翁筆下影丹靑 조옹필하영단청 조물주는 붓끝으로 저리 곱게 단청을 그렸구나.
4경 - 積石落照(적석낙조) ; 적석사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
赤蓮寺在碧山南 적련사재벽산남 적련사는 푸르른 고려산의 남쪽에 있는데
積石奇形手欲探 적석기형수욕탐 돌 쌓은 게 기이하니 손으로 더듬고 싶었구나.
夕照倘沈西海否 석조당침서해부 만약에 저녁 해가 서쪽 바다에 잠기는 것이라면
先將此理問瞿曇 선장차리문구담 장차 그 이치를 부처님께 물어봐야 할 것이라.
5경 - 鰲頭漁火(오두어화) ; 오두돈대에서 보는 고기잡이 불
碧鰲頭上白鷗翩 벽오두상백구편 오두리의 푸르른 하늘 위로 갈매기가 날아가고
漁火如星海色鮮 어화여성해색선 고기 잡는 등불들은 별 같으니 바다색에 선명하네.
認是權公開別墅 인시권공개별서 권율 장군 세우신 별장이 예 있음을 알겠거니
疎松晩翠舊堂前 소송만취구당전 만취당 옛집 앞에 성글게 소나무가 서 있구나.
6경 - 燕尾漕帆(연미조범) ; 연미정 앞을 지나던 세미 실은 배
鷰尾亭高二水中 연미정고이수중 연미정 높이 선 앞으로 두 강물이 흘러드니
三南漕路檻前通 삼남조로함전통 삼남에서 세미 싣고 온 배들이 난간 앞을 지났었네.
浮浮千帆今何在 부부천범금하재 떠다니던 그 많던 배들은 지금은 어디 있나.
想是我朝淳古風 상시아조순고풍 생각하면 우리나라 풍속들은 인정 많고 순박하였지.
7경 - 甲城列譙(갑성열초) ; 갑곶성에 벌려있는 초루
長城一面水平鋪 장성일면수평포 긴 성의 한쪽으로 물이 넓게 펼쳐있고
列立譙樓盡畵圖 열립초루진화도 열을 지어 세워 놓은 초루는 한 폭의 그림 같네.
人去人來多指點 인거인래다지점 사람들이 오가면서 여기저기 가리킬 제
玲瓏額月耀江都 영롱액월요강도 영롱한 둥근 달이 강화 땅을 비추고 있었더라.
8경 - 普門疊濤(보문첩도) ; 보문사에 밀려오는 파도
渡口錦山一路橫 도구금산일로횡 나루터와 비단을 두른 산이 한 길로 이어졌고
普門寺下疊濤鳴 보문사하첩도명 보문사 아래에선 겹겹이 파도가 울어대네.
石舟不去眉巖立 석주불거미암립 돌배는 멈추었고 눈썹바위 서 있으니
云是梵王窟宅成 운시범왕굴택성 인도에서 왕이 와서 석굴을 만들었다 하더구나.
9경 - 船坪晩稼(선평만가) ; 선두평에서의 늦은 농사
東到船坪聽野謳 동도선평청야구 동쪽의 선두평에 농사하는 들노래가 들리나니
年年晩稼早登秋 연년만가조등추 해마다 느지막이 심어도 일찍이 추수한다네.
閔堤洪匣皆恩澤 민제홍갑개은택 민유수의 제방과 홍유수의 수문이 은혜 되어
永與長江水共流 영여장강수공류 영원히 저 강물과 함께 길게 흘러가도다.
10경 - 星壇淸眺(성단청조) ; 참성단에서 바라보는 맑은 풍경
星壇淸眺遠無迷 성단청조원무미 참성단이 밝게 보여 멀더라도 흐릿하지 않았으니
東峽南湖又海西 동협남호우해서 동쪽은 산, 남쪽은 호수이며, 서쪽은 바다이라.
五百里如雙眼入 오백리여쌍안입 오백 리 먼 거리가 두 눈에 들어올 듯한데
冥鴻歸處影高低 명홍귀처영고저 저 멀리 기러기 돌아가는데 그 그림자 높았다가 낮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