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의 '적게 먹어라(식소)'
식소(食少) ; 적게 먹어라
李瀷(이익, 1681~1763)
신영산 옮김
余, 貧者也. 貧, 無財之稱. 財, 出於勤力, 勤力, 非小少習業不能.
余安得不貧? 惟在節省.
凡有作爲, 十分思量, 不可少者外, 都不爲也.
有一分輕小無妨之意, 不可.
여 빈자야 빈 무재지칭 재 출어근력 근력 비소소습업불능
여안득불빈 유재절성
범유작위 십분사량 불가소자외 도불위야
유일분경소무방지의 불가
나는 가난한 사람이다. 가난이란 재물이 없음을 일컬은 것이다. 재물이란 부지런히 힘쓰는 데서 나오는 것인데, 부지런히 힘쓰려면 어릴 때부터 그 일을 익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하니 내가 어찌 가난하지 않겠는가? 오직 절약하며 살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무릇 생활하는 데 충분히 생각하여, 적게 써야 할 것 이외에는 일절 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한 푼이라도 가볍게 여겨 소비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옳지 못한 것이다.
雖草芥微物, 其有用者, 皆財也. 何物非可惜?
今有一物, 不待用而棄之, 便是暴殄. 仁人恥之也.
財莫重於穀粟. 一日兩杅飯, 有口皆吃, 未必皆其勤力所出, 故財嘗患乎乏絶.
수초개미물 기유용자 개재야 하물비가석
금유일물 부대용이기지 편시포진 인인치지야
재막중어곡속 일일량우반 유구개흘 미필개기근력소출 고재상환호핍절
비록 지푸라기 같은 하찮은 물건이라도 그 쓰이는 바가 있다면 모두 재물이 된다. 어찌 어떤 물건이라도 아깝지 않겠는가?
지금 물건 하나가 있는데, 쓰게 될 것을 기다리지 않고 버린다면, 이는 그 물건을 함부로 해치는 것이다. 어진 사람이 이를 부끄럽게 여긴다.
재물 중에서 곡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하루에 두 그릇의 밥은 입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먹어야 하지만, 모두가 노력을 다하여서 곡식을 얻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재물은 항상 모자라거나 없어지게 되니 이것이 걱정이다.
手不勤而口無饜, 蟲獸何別?
古之君子, 或坐而論道, 作而行之. 是則與勤力出粟者均其功, 雖多食, 無憾.
若安坐不用心, 而奪人之勤力出者, 可乎?
수불근이구무염 충수하별
고지군자 혹좌이론도 작이행지 시칙여근력출속자균기공 수다식 무감
약안좌불용심 이탈인지근력출자 가호
손으로는 부지런히 일하지 않고 입으로 먹으려고 한다면, 벌레나 짐승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옛날의 군자는, 혹 앉아서 도(道)를 논하기도 하였지만, 일어나서는 일을 하기도 하였다. 이는 부지런히 힘써서 곡식을 생산하는 것과 공로가 같은 것이므로, 비록 많이 먹는다 하더라도 유감이 없었다.
하지만 만약 편안히 앉아 마음을 쓰지 아니하고, 남들이 힘써 노력하여 생산한 것만 빼앗는다면, 어찌 옳은 일이겠는가?
余性喜書, 雖終日呻吟, 一縷一粒, 皆非吾力所出.
豈非所謂 天地間一蠹耶?
惟幸有先業焉, 些些碩斗. 就其中, 省其糧, 不多食, 爲第一經綸良策.
여성희서 수종일신음 일루일립 개비오력소출
기비소위 천지간일두야
유행유선업언 사사석두 취기중 성기량 부다식 위제일경륜양책
나는 천성이 글을 좋아하기에, 비록 온종일 끙끙거리곤 하지만, 실 한 올이나 쌀 한 톨도 모두 내 힘으로 마련한 것이 없다. 그러하니 어찌 이른바 천지간의 좀벌레 한 마리가 아니겠는가?
오직 다행한 것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있어, 몇 섬이나 몇 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 식량을 절약하여, 많이 먹지 않는 것으로, 첫째가는 경륜이나 좋은 계책으로 삼곤 하였다.
夫一杅, 而省其一合之米, 人謂無益.
然一日兩杅, 則二合矣, 一家十口, 則二升矣, 一郡萬家, 則積有二千斗之多.
況一口之費, 不止一合之少耶. 又況一人終歲之食, 積至許多?
其所虛費, 龠合皆可惜也.
부일우 이성기일합지미 인위무익
연일일양우 칙이합의 일가십구 칙이승의 일군만가 칙적유이천두지다
황일구지비 불지일합지소야 우황일인종세지식 적지허다
기소허비 약합개가석야
무릇 한 그릇에서 쌀 한 홉을 절약한다면, 남들은 얻는 바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하루에 두 그릇이면 두 홉이 되고, 한 집이 열 식구라면 두 되가 될 것이며, 한 고을이 일만 가구라면 이천 말이나 되는 많은 식량을 저축할 수 있게 된다.
하물며 한 식구의 소비가 겨우 한 홉에 그치지 것이 아니지 않는가. 또 한 사람의 일 년 동안 먹는 것을 쌓아두면 아주 많지 않겠는가. 그렇게 헛되이 쓰는 것은 한 푼 한 홉도 모두 아까운 것이다.
我國人務多食, 天下爲最.
近有漂至琉球者, 其民笑之曰 : “爾俗, 常用大盌鐵匙, 抄飯健食, 如何不貧?”
蓋前已漂到, 諳悉者也.
余嘗觀邊海人, 一口之食, 可分三人而無飢. 國安得不窶哉?
아국인무다식 천하위최
근유표지유구자 기민소지왈 이속 상용대완철시 초반건식 여하불빈
개전이표도 암실자야
여상관변해인 일구지식 가분삼인이무기 국안득불구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먹는 것에 힘쓰는 것은 천하에서 으뜸이다. 요즘 표류 되어 유구국에 간 사람이 있었는데, 그 나라의 백성들이 비웃으면서 말하기를,
“너희 나라의 풍속이 항상 큰 사발과 쇠 수저로 밥을 떠서 실컷 먹는다고 하니, 어찌 가난하지 않겠는가?”
하였으니, 대개 그 사람들은 예전에 우리나라에 표류 되어 온 터라, 우리의 풍속을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예전에 보건대, 바닷가 사람들은, 한 사람의 먹는 것을 세 사람에게 나누어 먹일 수 있는 양을 배고프지 않게 먹고 있었다. 그러하니 나라가 어찌 곤궁해지지 않겠는가?
幼而習飽, 腸肚漸寬, 不充則覺飢. 漸習漸飢, 有餓死者矣.
習而有寬, 則必有習而窄者.
於是有絶穀不食者, 山野禽獸, 氷凍雪積, 而能不死, 習之所致也.
유이습포 장두점관 불충칙각기 점습점기 유아사자의
습이유관 칙필유습이착자
어시유절곡불식자 산야금수 빙동설적 이능불사 습지소치야
어려서부터 배부른 것이 습관이 되면, 창자가 점차 커져서 채우지 않으면 굶주림을 느끼게 된다. 점차 습관이 되면 점점 굶주림을 느끼게 되고, 결국 굶어 죽는 사람도 있게 될 것이다.
습관이 되어 창자가 커질 수 있다면, 습관이 되면 작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곡식을 아주 끊고 먹지 않은 사람이 있었으며, 산과 들의 짐승들이 얼음이 얼고 눈이 쌓여도 능히 죽지 않는 것은 그 습성의 소치인 것이다.
縱不能恒飢, 豈無減其太過之理? 飢而難忍者, 心也, 非特腹之爲也.
山僧蔬菜而不瘠. 或孝子斷肉多病者, 嗜慾病之也.
由是觀之, 今人之不忍飢, 心之未定也.
종불능항기 기무감기태과지리 기이난인자 심야 비특복지위야
산승소채이불척 혹효자단육다병자 기욕병지야
유시관지 금인지불인기 심지미정야
비록 늘 굶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어찌 그렇게 지나친 것을 줄일 수 없겠는가? 굶주림을 참기 어려운 것은 마음에 있는 것이지, 특히 배가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다.
스님들은 채소만 먹는데도 수척하지 않다. 그런데 부모의 상을 당한 이가 고기를 먹지 않으면 병에 걸리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는 것은, 먹기를 좋아하는 욕심이 병들게 한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본다면, 지금 사람들이 굶주림을 참지 못하는 것은 마음이 안정되지 못한 까닭이다.
其故何也? 兵戈旣遠, 安逸成習故也.
三國以前, 戰爭相續之時, 安逸不得, 飢未必皆死矣.
稼穡無隙, 倉廩空虛, 雖欲恒飽, 得乎?
기고하야 병과기원 안일성습고야
삼국이전 전쟁상속지시 안일부득 기미필개사의
가색무극 창름공허 수욕항포 득호
그 연유는 무엇인가? 전쟁이 이미 멀어지자, 안일하게 지내는 것이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삼국의 이전에는 전쟁이 계속되었던 때이기에 안일하게 지내지 못하였는데, 굶주렸다 해서 모두 죽지는 않았었다.
농사를 지을 틈이 없었기에 곳간이 비었으니, 비록 늘 배부르게 먹고자 한들 어찌 그럴 수 있었겠는가?
今人早起白粥, 謂之早飯, 當午頓食, 謂之點心.
富貴之家, 或一日七食, 酒肉淋漓, 珍異相高, 其一日之費, 可食百人.
何曾之驕溢, 家家皆然, 民生安得不困? 甚可歎也.
금인조기백죽 위지조반 당오돈식 위지점심
부귀지가 혹일일칠식 주육림리 진이상고 기일일지비 가식백인
하증지교일 가가개연 민생안득불곤 심가탄야
지금 사람들은 일찍 일어나서 흰죽을 먹는 것을 조반이라 하고, 한낮에 이르러 단단히 먹는 것을 점심이라 한다.
부귀한 집에서는 혹 하루에도 일곱 끼를 먹기도 하는데, 술과 고기가 흥건하였고, 진귀한 음식과 색다른 찬이 높이 쌓여, 그 하루 동안의 소비로도 가히 백 사람을 먹일 수 있다.
하증처럼 지나치게 교만함이 집집마다 다 그러하니, 민생이 어찌 곤궁하지 않겠는가? 개탄스러운 일이다.
余謂, 事之效速, 莫如忍飢不食.
一飢二飢, 未必生疾, 一升二升, 隨飢米羨也.
與未忍少飢而米絶先病者, 愚智何如也?
여위 사지효속 막여인기불식
일기이기 미필생질 일승이승 수기미선야
여미인소기이미절선병자 우지하여야
나는 일에서 공을 들인 효과를 빨리 얻는 것은, 굶주림을 참고 먹지 않는 것만 같음이 없다고 본다.
한 번 굶고 두 번 굶는다 하여 반드시 질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한 되 두 되의 쌀이 굶을 때마다 불어나게 되는 것이다.
약간의 굶주림을 참지 못하거나 쌀이 떨어져 먼저 병든 사람과 비교한다면,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이 어떠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