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문산문

강희맹의 '오줌통이야기 (요통설)'

New-Mountain(새뫼) 2022. 7. 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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溺桶說(요통설) ; 오줌통 이야기

 

姜希孟(강희맹, 1424~1483)

신영산 옮김

 

大市僻處, 官置溺桶, 備市人之急. 士子竊溲者, 抵以不潔之罪.

市傍, 有士夫畜不才子, 潛往溲之. 其父知之, 禁之痛, 子猶不聽, 日溲不已.

主者欲挺之, 畏父威未敢發, 一市人, 莫不非之.

대시벽처 관치닉통 비시인지급 사자절수자 저이불결지죄

시방 유사부축불재자 잠왕수지 기부지지 금지통 자유불청 일수불이

주자욕정지 외부위미감발 일시인 막불비지

 

큰 저자의 으슥한 곳에는 관아에서 오줌통을 두어, 저자 사람들이 급한 때를 대비하게 하곤 하였다. 하지만 선비로서 몰래 오줌통에 오줌을 누게 되면 깨끗지 못하다 하여 벌을 당하게 된다.

​저자 근방의 어느 양반집에는 변변치 못한 아들이 있었는데, 몰래 가서 거기에다 오줌을 누곤 하였다. 그 아버지가 알고 크게 야단쳐서 금지하였지만, 그런데도 그 아들은 오히려 말을 듣지 않고 그칠 줄을 몰랐다.

오줌통을 관리하는 이가 못하게 말리고 싶었으나, 그 아버지의 위세가 두려워 말을 꺼내지 못하였고, 시장 사람들도 모두 그르게 여겼다.

 

子猶欣然自以爲得計. 人有謹飭不敢溲者, 子反非笑曰 :

“怯哉若人. 何畏縮乃爾. 吾日溲猶無患, 何懼歟.”

其父聞其肆, 呼嘖其子曰 :

“市廛乃萬人之海, 衆目所萃. 汝以士子, 公然白日, 溲溺其中, 能無愧乎.

祗見賤惡而禍或隨之, 顧有何利而敢犯如此.”

자유흔연자이위득계 인유근칙불감수자 자반비소왈

겁재약인 하외축내이 오일수유무환 하구여

기부문기사 호책기자왈

시전내만인지해 중목소췌 여이사자 공연백일 수닉기중 능무괴호

지견천악이화혹수지 고유하리이감범여차

 

그러면 아들은 오히려 무슨 수나 생기는 것처럼 기뻐하였다. 더구나 사람들이 근심하여 감히 오줌을 누지 못하는 자가 있으면, 아들은 도리어 비난하고 비웃으며 말하였다.

“저 사람은 겁쟁이다. 어찌하여 저리 두려워하는가. 나는 날마다 오줌을 누지만 아직까지 탈이 없는데 어찌 두려워하는가.”

이에 ​아버지가 아들이 함부로 군다는 말을 듣고, 아들을 불러 꾸짖었다.

​“저자란 많은 사람이 바다처럼 모여드는 곳이요, 쳐다보는 눈이 많은 곳이다. 너는 양반의 자식이 되어 공공연히 대낮에 거기에 가서 오줌을 누고 있으니 부끄럽지도 않으냐. 남에게 천대와 증오를 받을 뿐만 아니라 혹은 화를 입을 수도 있는데, 무슨 이익이 있다고 감히 그런 짓을 하는 것이냐.”

 

子曰 : “始也吾亦見士子之溲溺也, 未嘗不唾面辱之.

一日, 欲溲甚急, 姑且溲溺桶而甚便. 自是非溲, 此心不安.

始則於吾溺也, 人共喧笑. 中則笑者漸稀而莫吾止也. 今則衆共傍視, 而莫有非者.

然則吾所溺也, 宜無傷於事體矣.”

자왈 시야오역견사자지수닉야 미상불타면욕지

일일 욕수심급 고차수닉통이심편 자시비수 차심불안

시칙어오닉야 인공훤소 중칙소자점희이막오지야 금칙중공방시 이막유비자

연칙오소닉야 의무상어사체의

 

아들이 답하였다.

​“처음에는 저도 양반집 자식인지라 거기에다 오줌 누는 것을 보면, 얼굴에다 침을 뱉고 욕하지 않은 적이 없었나이다. 하루는 오줌이 급하게 마려워서 짐짓 그 오줌통에 오줌을 누었더니 대단히 편하였습니다. 그 뒤로는 거기에다 오줌을 누지 않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거기에다 오줌 누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모두 비웃었지요. 조금 지나자 비웃는 자가 점차 줄어들고 말리려는 자도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여러 사람이 곁에서 보아도 비난하는 자가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거기에 오줌을 눈다고 해서 체면이 손상될 리도 없을 것입니다.”

 

父曰 : “噫, 汝已爲人所棄矣. 始人之共笑者, 人皆以汝爲士子. 冀其因此而改行也.

中也笑者漸稀, 然猶以汝爲士子也. 今也傍視而無人詆者, 人不以人類待汝也.

汝觀, 夫犬彘之溲于塗中, 人尙齒笑歟. 人而爲非, 不爲人齒笑者, 其此之類也.

不亦可悲之甚歟.”

부왈 희 여이위인소기의 시인지공소자 인개이여위사자 기기인차이개행야

중야소자점희 연유이여위사자야 금야방시이무인저자 인불이인류대여야

여관 부견체지수우도중 인상치소여 인이위비 불위인치소자 기차지류야

불역가비지심여

 

아버지가 말하였다.

​“슬픈 일이로다. 네가 이미 남에게 버림받은 대상이 되었구나. 처음에 사람들이 모두 비웃은 것은 너를 양반집 자식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비웃음을 당하면 네 행동이 그쳐질 것이라 바랐던 것이다.

중간에 점차 드물어진 것은, 그래도 그나마 너를 양반집 자식으로 여긴 것이었다. 지금은 곁에서 보고도 아무런 나무람이 없으니, 이는 너를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너는 보아라. 무릇 개나 돼지가 길바닥에 오줌을 싸도 사람들이 비웃는 일이 있더냐. 사람이 못된 짓을 하는데도 다른 사람이 비웃지 않는 것은 이와 같은 부류이다. 그러니 너무도 슬픈 일이 아니더냐.”

 

子曰 : “傍人不非而翁乃非之, 疏者公而親者私. 何公者不我非而私者反非我歟.”

자왈 방인불비이옹내비지 소자공이친자사 하공자불아비이사자반비아여

 

아들이 다시 말하였다.

​“곁에 있는 사람들은 그르게 여기지 않는데, 아버지만 그르게 여기시나이까? 관계가 먼 자는 공정하고, 친한 자는 사사로운 정이 앞서는 법입니다. 어째서 공정한 자는 그르다고 아니하는데, 왜 사사로운 정을 가지고 도리어 나를 나무라십니까?”

 

父曰 : “惟公故視汝之非, 棄汝不齒, 終無非詆.

其機甚慘. 惟私故見汝之非, 痛心疾首, 猶冀萬一之改. 其情可哀.

汝且觀之. 世無親者, 當無規者. 我死之後, 當知我言.”

부왈 유공고시여지비 기여불치 종무비저

기기심참 유사고견여지비 통심질수 유기만일지개 기정가애

여차관지 세무친자 당무규자 아사지후 당지아언

 

이에 아버지가 말하였다.

​“오직 공정하기에 네 그릇된 점을 보고도, 너를 버린 물건으로 여겨 상대하지 않고, 끝내 옳다 그르다를 말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것은 너무도 참혹한 일이다. 오직 사사로운 정이 있어 너의 그릇됨을 보면, 가슴이 쓰리고 머리가 아파서 행여나 뉘우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 정이 슬프지 않더냐.

또 너는 보아라. 세상에 부모가 없는 자에게는 훈계하는 자도 없는 법이다. 내가 죽고 나면 응당 내 말을 알게 될 것이다.”

 

子出語人曰 : “老翁無聞知, 禁我若此.”

居無何, 其父下世.

已而, 子往溲故處, 忽聞腦後生風, 毒挺加額, 不覺暈倒.

자출어인왈 노옹무문지 금아약차

거무하 기부하세

이이 자왕수고처 홀문뇌후생풍 독정가액 불각훈도

 

아들이 밖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말하곤 하였다.

“늙은 아버지가 보고 듣는 것이 없어서 나를 이처럼 금한다.”

얼마 후에 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이윽고 그 아들이 예전에 오줌 누던 곳에 가서 오줌을 누고 있노라니, 갑자기 머리 뒤에서 바람이 일며 사나운 몽둥이가 이마를 때려 정신을 잃고 쓰러져 기절하였다.

 

絶而復蘇, 詰其挺者曰 : “何物死虜, 敢爾唐突.

吾溲於此, 幾近十年, 闔市人無敢誰何, 何物死虜. 敢爾唐突.”

절이부소 힐기정자왈 하물사로 감이당돌

오수어차 기근십년 합시인무감수하 하물사로 감이당돌

 

그러다가 다시 살아나게 되니, 몽둥이를 휘두른 자를 붙들고 따져 물었다.

“어떤 죽일 놈이 감히 덤비느냐. 내가 여기 오줌을 눈 것이 거의 십 년이 다 되었는데도, 저자 사람 중에 누구도 못하게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어떤 죽일 놈이 감히 이러느냐.”

 

挺者云 : “闔市稔憤, 而今得伸, 汝尙搖啄歟.”

縛致市中, 爭以瓦礫擲之.

其家羿歸, 踰月不起.

정자운 합시임분 이금득신 여상요탁여

박치시중 쟁이와력척지

기가예귀 유월불기

 

그러자 몽둥이를 휘두른 이가 말하였다.

​“저자 사람들이 다들 참고 있다가 이제야 분풀이하는 것이다. 네가 아직도 주둥이를 놀리느냐.”

하고는, 이윽고 그 아들을 얽어서 저자 한복판에 놓고 다투어 기왓장과 자갈을 던졌다.

그 양반집에서 아들을 떼 메고 돌아갔는데, 한 달이 넘도록 일어나지 못했다.

 

追思父訓, 悲泣自訟曰 :

“誠哉夫子之言也. 鏌鎁藏於戲笑, 卵翼隱於震怒, 今雖欲聞至論, 復可得歟.”

嗚咽不自勝, 稽顙於柩前. 誓改前行, 卒爲善士云.

추사부훈 비읍자송왈

성재부자지언야 막야장어희소 난익은어진로 금수욕문지론 부가득여

오열불자승 계상어구전 서개전행 졸위선사운

 

아들이 후에야 아버지의 훈계를 생각하고 슬피 울며 스스로 책망하였다.

​“아버지 말씀이 꼭 맞는구나. 웃음 속에는 칼날이 숨어 있고, 화를 낼 때는 진심이 들어있다고 하더니, 지금 아무리 말씀을 듣고자 한들 얻을 수 있겠는가.”

​아들은 울음을 이기지 못하였고, 아버지의 관 앞에 이마를 조아렸다.

그리고는 나쁜 버릇을 고치기로 맹세하고, 마침내 착한 선비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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