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조석윤의 '장사꾼들의 삶(고객행)'

New-Mountain(새뫼) 2022. 6. 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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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행(賈客行) ; 장사꾼들의 삶

 

조석윤(趙錫胤, 1606~1655)

신영산 옮김

 

 

木溪江上凡幾家 목계강상범기가   목계나루 강가에는 무릇 몇 집 겨우 있어

家家賈販爲生涯 가가고판위생애   집집마다 장사하며 생계를 꾸린다네.

不事鋤犁事舟楫 불사서리사주즙   호미 쟁기 버려두고 배전에서 노 젓기를 일을 삼아

年年逐利隨風波 연년축리수풍파   해마다 이익 좇아 바람과 물결을 따르더라.

東隣西舍同時發 동린서사동시발   동쪽 이웃 서쪽 집 사람들이 동시에 출발하며

共言今日日最吉 공언금일일최길   입을 모아 말하더라. “오늘이 제일 길한 날이것다.”

船頭釃酒賽江神 선두시주새강신   뱃머리에서 술을 걸러 강신에게 제사하며

所願身安財滿室 소원신안재만실   건강하고 집안 재산 그득하길 소원하네.

有雨可以庇蓬屋 유우가이비봉옥   비가 오면 쑥대 이은 장막이 가려주고

有風可以張帆幅 유풍가이장범폭   바람 불면 한껏 돛을 펼칠 수 있었구나.

只愁江淺灘甚惡 지수강천탄심악   오로지 근심함은 강이 얕아 여울물이 사납고

沙石磊磊多礙觸 사석뢰뢰다애촉   모래 바위 겹겹 쌓여 수 없이 부딪힘이라.

有時膠底不肯進 유시교저불긍진   강바닥에 닿은 배가 나아가지 못해도

齊聲合力極推挽 제성합력극추만   일제히 소리 질러 힘을 모아 맹렬하게 밀고 당기지.

徐行安穩尙云可 서행안온상운가   천천히 저어가면 평온하니 오히려 괜찮지만

疾走顚危最可悶 질주전위최가민   빨리 가면 뒤집힐 듯 위험하니 걱정될 만하다네.

歷險方知平地樂 력험방지평지락   험한 곳을 겪어야지 평지의 즐거움을 알게 되니

驚憂定來還笑謔 경우정래환소학   놀란 근심 안정되면 도리어 웃으면서 장난질이라.

下船取樵上船炊 하선취초상선취   배에 내려 땔나무를 얻어다가 배에 올라 밥해 먹고

日暮繫纜波上宿 일모계람파상숙   날 저물면 닻 내리고 물 위에서 잠을 자네.

西來舟中多舊侶 서래주중다구려   서쪽에서 오는 배에 예전부터 알던 얼굴 많았으니

往往停橈相與語 왕왕정요상여어   이따금 노 멈추고 서로 함께 말 나눈다.

峽中鹽直比來高 협중염직비래고    “산골의 소금값은 예전보다 올랐는데

京口米價今幾許 경구미가금기허     서울의 쌀값은 요즘에는 얼마나 하는가?”

前年大水怕泛濫 전년대수파범람   작년에는 큰 홍수에 물 넘칠까 두렵더니

今年大旱困灘渚 금년대한곤탄저   올해에는 큰 가뭄에 여울 말라 곤란하네.

咄哉陰陽何錯迕 돌재음양하착오   아아, 음양이 어찌 이리 어긋나 있는가?

作賈利輕多辛苦 작고리경다신고   장사해도 이익은 가볍고 고생만 많겠지만

賈客賈客休歎息 고객고객휴탄식   장사꾼이여, 장사꾼이여, 탄식하지 마시게나.

君子方憂天下溺 군자방우천하닉   군자께서 천하 백성이 물 빠질까 걱정하고 계신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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