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정약용의 '소나무를 뽑는 손님(승발송행)'

New-Mountain(새뫼) 2022. 6. 1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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僧拔松行(승발송행) ; 소나무를 뽑는 스님

 

 

丁若鏞(정약용, 1762~1836)

신영산 옮김

 

 

白蓮寺西石廩峰 백련사서석름봉   백련사 서쪽 편의 석름봉 산기슭에

有僧彳亍行拔松 유승척촉행발송   어떤 스님 이리저리 다니면서 소나무를 뽑아내네.

稚松出地纔數寸 치송출지재수촌   어린 나무 싹이 터서 땅 위에 두어 치 자랐으니

嫩幹柔葉何丰茸 눈간유엽하봉용   여린 줄기 부드러운 잎사귀가 어찌 저리 탐스러운가.

嬰孩直須深愛護 영해직수심애호   어린 생명 모름지기 사랑하고 보호해야 하겠으니

老大況復成虯龍 노대황부성규룡   크게 자라 커지면은 비로소 규룡이 될 것인데

胡爲觸目皆拔去 호위촉목개발거   저 스님은 어이하여 뵈는 대로 모두 뽑아 버리노니

絶其萌蘖湛其宗 절기맹얼담기종   그 싹을 끊어내어 소나무를 아예 없애려 하는가.

 

有如田翁荷鋤携長欃 유여전옹하서휴장참   농부가 호미와 괭이를 챙겨 들고 밭에 나가

力除稂莠勤爲農         역제랑유근위농         가라지 잡초를 뽑아내서 곡식을 가꾸듯이

又如鄕亭小吏治官道 우여향정소리치관도   또 향정의 아전들이 관아로 가는 길을 닦는다고

翦伐茨棘通人蹤         전벌자극통인종         가시덤불 베어 내서 사람들을 지나가게 하듯이

又如蔿敖兒時樹陰德 우여위오아시수음덕   또 옛날 위오가 어린 시절 숨을 덕을 쌓을 적에

道逢毒蛇殲殘凶         도봉독사섬잔흉         길에서 만난 독사 때려잡아 해악을 없앴듯이

又如髬鬁怪鬼披赤髮 우여비이괴귀피적발   또 갈기가 덥수룩한 괴물이 붉은 털을 날리듯이

拔木九千聲訩訩         발목구천성흉흉         구천 그루 나무를 뽑아내며 시끌벅적 떠들듯이

 

招僧至前問其意 초승지전문기의   그 스님 불러다가 나무 뽑는 연유를 물어보니

僧咽不語淚如? 승열불어루여농   스님은 말없이 울먹이는데 눈물이 이슬이라.

 

此山養松昔勤苦 차산양송석근고   “이 산에서 소나무를 기를 적에 예전부터 공을 들여

闍梨苾蒭遵約恭 도리필추준약공     어린 스님 비구들이 조심해서 법도를 삼가 지켰지요.

惜薪有時餐冷飯 석신유시찬냉반     땔나무를 아낀다고 때때로 찬 음식을 먹기도 했고

巡山直至鳴晨鍾 순산직지명신종     둘러 가며 산 살피면 어느덧 새벽종이 울렸다오.

邑中之樵不敢近 읍중지초불감근     읍내의 나무꾼도 함부로 가까이 오지 못했거늘

況乃村斧淬其鋒 황내촌부쉬기봉     하물며 촌사람들 도끼질이 날카롭기나 하였나요.

 

水營小校聞將令 수영소교문장령     어느날 수영 소교들 장군의 명령이라 들이닥쳐

入門下馬氣如蜂 입문하마기여봉     문에 들어와 말 내리니 기세가 마치 벌떼 같더이다.

枉捉前年風折木 왕착전년풍절목     작년에 바람 불어 부러진 소나무를 트집 잡아

謂僧犯法撞其胸 위승범법당기흉     중들이 감히 법을 어겼노라 가슴을 내려치니

僧呼蒼天怒不息 승호창천노불식     스님들이 하늘에 호소해도 화가 식지 않았지만

行錢一萬纔彌縫 행전일만재미봉     돈 만 냥 마련하여 바쳤으니 겨우 미봉 하였지요.

 

今年斫松出港口 금년작송출항구     올해는 나무 베어 항구로 보내라고 하였으니

爲言備倭造艨艡 위언비왜조몽당     말인즉슨 왜구를 방비하는 병선을 만든다네요.

一葉之舟且不製 일엽지주차불제     작은 배 한 척도 애당초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只赭我山無舊容 지자아산무구용     다만 우리 산은 옛 모습 잃고 벌거숭이 되었지요.

 

此松雖稚留則大 차송수치유칙대     이 소나무 어리지만 남겨두면 크게 자랄 터이리니

拔出禍根那得慵 발출화근나득용     재앙의 뿌리 되리니 뽑기 어찌 게을리하오리까.

自今課拔如課種 자금과발여과종     이제부터 소나무 뽑아내기 심듯이 하려 하고

猶殘雜木聊禦冬 유잔잡목료어동     잡목이나 남겨두어 겨울에 땔 나무로 쓰려했더니

官帖朝來索榧子 관첩조래색비자     오늘 아침 관아에서 문서 와서 비자나무 찾으라니

且拔此木山門封 차발차목산문봉     장차 비자나무도 뽑아내고 절 문을 닫으렵니다."

 

 

* 규룡 : 뿔이 양쪽에 나 있고 몸빛이 붉은 새끼 용.

* 향정 : 각 지방 도로의 주요 지점에 설치하여 왕래하는 사람들을 살피고 단속하던 곳.

* 위오 : 춘추시대 초(楚)나라 사람으로,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머리가 둘인 뱀을 만났는데, 그런 뱀을 본 사람은 죽는다고 하였기에, 자신은 이왕 죽을 몸이지만 뒤에 다른 사람이나 보지 말게 하겠다 하고 ,그 뱀을 죽여 땅에다 묻었다고 함.

* 수영 : 수군절도사가 주재하던 진영.

* 소교 : 군교를 따라 죄인을 잡던 사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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