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문산문

홍성민의 '물고기를 파는 늙은이와의 대화(매어옹문답서)'

New-Mountain(새뫼) 2022. 6. 9. 13:28
728x90

 

매어옹문답서(賣魚翁問答敍)

- 물고기를 파는 늙은이와의 대화

 

홍성민(洪聖民, 1536~1594)

신영산 풀이

 

余在羌村, 有聲喧咽於籬落間. 若鬪若詰, 相持者久.

啓扉而視之, 一人手其魚而立, 魚可尺餘. 一人握其粟而坐, 粟可盈升.

上下其價, 視睨色勃. 爭之堅, 兩不相下.

여재강촌 유성훤인어리락간 약투약힐 상지자구

계비이시지 일인수기어이립 어가척여 일인악기속이좌 속가영승

상하기가 시예색발 쟁지견 양불상하

 

내가 강촌(함경도 부령)에 있을 때, 울타리 사이에서 떠들썩하게 목메인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트집을 잡아 싸우는 듯하였는데, 오래도록 서로 자기 뜻을 굽히지 아니하였다.

사립문을 열고 나가 보니, 한 사람이 물고기를 손에 들고 서 있었는데, 물고기가 가히 한 자가 넘었다. 또 한 사람은 곡식을 쥐고 앉아 있었는데, 곡식이 가히 가득히 한 되나 되었다.

그 값의 높고 낮음을 흥정하는데, 곁눈질하여 볼 때마다 얼굴색이 변하곤 하였다. 다툼이 워낙 팽팽하여, 양쪽 모두 값을 낮추려 하지 않았다.

 

余怪若是, 進而前之曰 : 盍各言爾所爭乎.

여괴약시 진이전지왈 합각언이소쟁호

 

나는 이와 같은 모습이 괴이하여, 앞으로 다가가 말하였다.

“어찌 각자 자신의 주장만 하며 다투는가?”

 

魚者曰 :

盈尺之魚, 固不貴, 吾之得是魚也, 舟滄海, 帆風濤. 霜雪凍其膚, 烈風砭其骨.

曳一竿之竹, 投不測之地, 手不敢倦, 目不暇勞.

得一魚則躍躍然曰, 得是魚, 吾可以辦一飯.

投於此, 又索於彼, 終夜點燈. 環北海千萬頃以來, 則所得僅十餘鬣.

어자왈

영척지어 고불귀 오지득시어야 주창해 범풍도 상설동기부 렬풍폄기골

예일간지죽 투불측지지 수불감권 목불가로

득일어칙약약연왈 득시어 오가이판일반

투어차 우색어피 종야점등 환북해천만경이래 칙소득근십여렵

 

어부가 농부에게 말하였다.

“한 자 남짓한 물고기가 그렇게 귀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나가, 돛을 달고 바람과 큰 물결을 헤쳐야 한다네. 서리와 눈에 살갗이 얼어붙고, 맹렬한 바람에 뼈가 에는 듯하지. 한 칸 남짓한 대나무 낚싯대를 끌어당겨 예측할 수 없는 곳에 던지는데, 손은 감히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고, 눈은 한눈을 팔 겨를이 없다네.

물고기 한 마리를 잡으면 크게 기뻐하며, ‘이렇게 물고기 잡으면, 나는 한 끼 식사를 비로소 갖추게 되었구나.’라고 말한다네.

여기에 던지고, 또 저기에서 찾으며, 밤새도록 등불을 밝히지. 그렇게 북해의 천만 이랑을 빙빙 돈 다음에야, 겨우 십여 마리 물고기를 잡아 오는 거라네.

 

妻與子相視而喜曰, 吾十口可免一日飢.

將汲水洗鼎以待, 夫子其往賣焉. 吾凌晨而起, 趁朝未炊, 投此人家.

처여자상시이희왈 오십구가면일일기

장급수세정이대 부자기왕매언 오릉신이기 진조미취 투차인가

 

돌아와서 처자식을 번갈아 보면서, ‘내 열 식구의 하루 굶주림을 면할 수 있게 되었구나.’라고 말하지.

아내가 물을 길어 솥을 씻고 기다리는데, 남편이 어찌 나가서 고기를 팔아오지 않으리. 그래서 내가 이른 새벽에 일어나 불도 때지 않고, 날 밝지 않은 아침에 집을 나서 여기 인가에 온 것이라네.

 

庶得其直, 不覺足繭而顚汗. 方其舟于海, 釣是魚也.

狂風簸之, 則吾其死矣. 長鯨呑之, 則吾其死矣. 驚瀾撞之, 則吾其死矣.

前年, 東隣以魚死, 去年, 吾族以魚死, 犯必死之地.

得一魚以來, 爾何賤吾魚而重爾粟乎.

서득기직 불각족견이전한 방기주우해 조시어야

광풍파지 칙오기사의 장경탄지 칙오기사의 경란당지 칙오기사의

전년 동린이어사 거년 오족이어사 범필사지지

득일어이래 이하천오어이중이속호

 

굳건하게 물고기를 잡다 보면, 발바닥이 부르트고 땀이 범벅이 됨을 알지 못하네. 바야흐로 그렇게 배가 바다로 나아가, 이렇게 물고기를 낚는다네. 사나운 바람에 배가 요동치면, 나는 곧 죽을 것만 같다네. 큰 고래가 삼키듯 하여 나는 곧 죽을 것만 같다네. 거친 물결이 부딪쳐 오면, 나는 곧 죽을 것만 같다네.

몇 해 전에는 동쪽의 이웃이 물고기 밥이 되었고, 작년에는 나의 친척이 물고기 밥이 되었으니, 어긋나면 반드시 죽는 것이지. 물고기 한 마리를 그렇게 잡는 것인데, 어찌 나의 물고기를 천하게 보고, 그대의 곡식만을 중하게 여기는가?”

 

握粟者曰 :

, 是何言也. 爾之魚, 不過味人口耳.

夫粟, 飽人腹而肉人骨. 一日無粟則飢, 數日無粟則飢而死.

得之則生, 不得則死, 能生人, 能死人者粟.

則切於人者莫與粟班也.

爾之魚, 得之, 不能使人生, 不得, 不至使人死,

악속자왈

아 시하언야 이지어 불과미인구이

부속 포인복이육인골 일일무속칙기 수일무속칙기이사

득지칙생 부득칙사 능생인 능사인자속

칙절어인자막여속반야

이지어 득지 불능사인생 부득 부지사인사,

 

이에 농부도 악착스럽게 말하였다.

“아니, 이것이 무슨 말인가? 그대의 물고기는 사람들의 입맛에 불과할 뿐이라네.

무릇 곡식은 사람의 배를 부르게 만들고 사람의 뼈를 만든다네. 하루라도 곡식이 없으면 굶주리게 되고, 며칠 동안 곡식 없이 굶주린다면 죽게 될 것이네. 얻으면 살 수 있고, 얻지 못하면 죽는 것이니, 능히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일 수도 있는 것이 곡식이지.

곡식을 나누지 않고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과는 함께하지 말아야 하네. 그대의 물고기를 얻는다고 살아갈 수는 없다네. 얻지 못한다 해도, 사람이 죽음에까지 이르진 않을 테지.

 

爾何以彼魚, 右吾粟乎.

且粟之成熟, 亦不易. 耕之也艱, 鋤之也苦, 獲之也勤. 手足幷疲, 體困心勞.

不下於泛滄海而冒風雪,

이하이피어 우오속호

차속지성숙 역불이 경지야간 서지야고 획지야근 수족병피 체곤심로

불하어범창해이모풍설

 

그런데 그대는 어찌 저 물고기를 내 곡식보다 낫다 하는가?

또한 곡식은 충분히 여물 때까지 쉽지는 않다네. 김매는 일도 괴롭고, 그르치지 않으려면 부지런해야 하지. 손과 발이 나란히 고달프니, 몸은 피곤해지고 마음은 지쳐간다네.

눈보라를 무릅쓰고 넓은 바다를 떠다니는 것보다 덜하지 않다네.”

 

則乃曰 :

魚貴而粟賤, 吾爲爾捧腹笑也. 吾將口吾粟, 不欲口爾魚.

爾無索價自高爲也.

칙내왈

어귀이속천 오위이봉복소야 오장구오속 불욕구이어

이무색가자고위야

 

이어 농부가 다시 말하였다.

“물고기가 귀하고 곡식이 천하다고 여기는 것은, 내가 그대의 배를 잡고 웃을 일이라네. 나는 장차 내 곡식만 먹고, 그대의 물고기를 먹지 않을 것이네.

그대가 스스로 값을 비싸게 요구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네.”

 

余於是應而解之曰 :

夫魚得不得, 不能令人生令人死. 而至於粟, 得則生, 不得則死.

粟之爲重, 固右於魚矣.

但盈升之粟, 只充一朝之飢. 而尺餘之魚, 亦可以佐五穀之味.

以此較彼, 不甚輕重.

여어시응이해지왈

부어득부득 불능령인생령인사 이지어속 득칙생 부득칙사

속지위중 고우어어의

단영승지속 지충일조지기 이척여지어 역가이좌오곡지미

이차교피 불심경중

 

이에 내가 이들의 말에 응하면서 해결하고자 말하였다.

“대개 물고기를 얻든 얻지 못하든, 사람이 죽거나 살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 그러나 곡식으로 말하자면, 얻으면 살고, 얻지 못하면 죽는 것이라. 그런고로 곡식이 소중하고 물고기보다 더 귀한 것이다.

그런데 한 되 가득한 곡식은 한 끼 아침 식사로 충분하다. 하지만 한 자 넘는 물고기 또한 오곡의 맛을 돕는 반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것을 저것에 견주어 경중을 따지기 어려운 것이리라.

 

而粟之獲, 不過一時勞力. 魚之得, 忘一生而冒萬死, 其爲得也. 孰輕孰重.

使是翁一差足於毫忽之間, 而或爲風濤所擊, 則將爲魚腹中葬.

而水底冤魂, 誰復招之.

이속지획 불과일시노력 어지득 망일생이모만사 기위득야 숙경숙중

사시옹일차족어호홀지간 이혹위풍도소격 칙장위어복중장

이수저원혼 수부초지

 

그러나 곡식을 얻는 것은, 한철의 노력한 것에 불과하다네. 하지만 물고기를 얻는 것은 한 번의 삶을 포기하고, 만 번 죽을 고비를 무릅쓰고 얻는 것이라네. 어느 것이 가볍고 어느 것이 무겁다고 하겠는가?

여기 늙은 어부는 얼마 되지 않는 간발의 차이로 인해, 혹은 바람과 파도에 부딪히기도 하고 결국 물고기 배 속에 매장되기도 한다.

그리되어 물 밑의 원혼이 된다면 누가 다시 불러 주겠는가?

 

如使人有惜生之心, 則不可業是漁. 人不肯業漁.

則天下無是魚, 雖以百斛之粟, 不可易一尺之魚.

以升粟易尺鱗, 爾何惜焉, 爾何惜焉.

여사인유석생지심 칙불가업시어 인불긍업어

칙천하무시어 수이백곡지속 불가역일척지어

이승속역척린 이하석언 이하석언

 

사람들은 모두 생명을 아끼는 마음이 있으리니, 고기잡이를 업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꺼이 고기잡이를 업으로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천하에 이러한 물고기가 없다면, 아무리 백 섬의 곡식이 있다 하더라도, 한 자의 물고기와 서로 바꿀 수가 없을 것이다.

한 되의 곡식을 한 자의 물고기와 바꿈으로써, 네가 무엇이 아쉽겠는가. 네가 무엇을 아쉬워하랴.

 

握粟者曰 : 唯易之, 不敢色, 爭訖,

악속자왈 유역지 불감색 쟁흘

 

그러자 농사짓는 이가 말하였다.

“오로지 바꿀 적에 얼굴빛을 드러내지 않고, 다투지도 않겠나이다.”

 

吾謂漁者曰 :

業是漁而獲是粟, 固幸矣. 但至險莫如海, 至危莫如舟.

以至危犯至險, 若蹈几席然, 吾竊爲爾危之.

今歲獲全, 而明歲可畏, 今日獲免, 而明日可畏.

爾毋以前日之幸, 保其必獲全於後日, 而恬莫爲之慮也.

오위어자왈

업시어이획시속 고행의 단지험막여해 지위막여주

이지위범지험 약도궤석연 오절위이위지

금세획전 이명세가외 금일획면 이명일가외

이무이전일지행 보기필획전어후일 이념막위지려야

 

나는 어부에게 말하였다.

“고기 잡는 어부와 곡식을 키우는 농부에게 모두 다행한 거래가 될 것이라. 다만 바다만큼 지극히 험한 곳도 없고, 배만큼 지극히 위험한 것도 없도다.

지극히 험한 곳을 뛰어넘으니 지극히 위험한 것이다. 만일 편안한 돗자리를 밟으려 한다면, 내가 남몰래 너의 위태한 일에 대해 말해 줄 것이다.

올해 무사히 물고기를 잡는다고 해도, 내년에는 두려울 것이고, 오늘 죽음을 면한다 해도, 내일은 두려울 것이다.

그대는 전날에 천행이 아니었다면, 반드시 후일에 온전히 얻어 지켜야 할 것이니, 지금을 편안하게만 생각하지 말게나.”

 

漁者曰 :

公之言誠是矣. 吾之爲此業者, 口腹祟之也.

天下之人持此口, 而恬至危者何限.

어자왈

공지언성시의 오지위차업자 구복수지야

천하지인지차구 이념지위자하한

 

어부가 답하였다.

“공의 말씀이 참으로 옳습지요. 저는 이 업을 하는 사람으로, 먹고 살아가야 할 빌미입니다. 천하의 사람들이 입을 지니고 있기에, 지극히도 위험한 일을 담담히 하는 것이니 어찌 한계가 있겠나이까?”

 

海固險矣, 險於海者有之, 舟固危矣. 危於舟者有之, 扁舟短楫, 直犯洶湧風浪.

在平地視之則危甚, 而在此舟則不知也,

安知舟人之視平地波瀾, 不如平地人之視此舟乎,

해고험의 험어해자유지 주고위의 위어주자유지 편주단즙 직범흉용풍랑

재평지시지칙위심 이재차주칙불지야

안지주인지시평지파란 불여평지인지시차주호

 

바다는 참으로 험난하다. 바다보다 험한 곳도 있겠지만, 바다의 뜬 배는 참으로 위태하다. 배보다 위태한 것도 있겠지만, 짧은 노의 작은 배는 풍랑이 세차게 일어나면 곧바로 침범을 당한다.

평평한 땅에서 바라보면 심히 위태한데, 저 배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런데 평평한 땅에서도 파도 같은 곤란함이 있음을 어부가 어찌 알 수 있겠는가? 평평한 땅에 있는 사람이 저 배를 볼 수 있는 것과 같지 않으리라.

 

, 微是口.

吾何爲蹈是危, 甚矣. 此口之崇此身也.

余聞其語, 慙不得對. 默默良久, 敢識之.

희 미시구

오하위도시위 심의 차구지숭차신야

여문기어 참부득대 묵묵량구 감지지

 

아, 먹고 사는 것은 큰일이 아니다.

내 어찌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를 건너는 것을 지나치다 하겠는가. 먹고 사는 일이 빌미가 되어 이 몸이 위태로울 뿐일 것이다.

나는 농부와 어부의 말들을 듣고 마주 대하기가 부끄러웠다. 한참이나 묵묵히 있고 나서, 마음속에다 새겨놓을 뿐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