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홍성민의 '늙은 어부의 삶(매어옹행)'

New-Mountain(새뫼) 2022. 6. 8. 10:36
728x90

賣魚翁行(매어옹행) ; 늙은 어부의

 

洪聖民(홍성민, 1536~1594)

신영산 옮김

 

 

 

平明籬落有市語 평명리락유시어   새벽녘 울타리에 흥정하는 소리가 들려오니

病夫強起開柴門 병부강기개시문   병든 사내 억지로 일어나서 사립문을 열었겠다.

一人持魚一人粟 일인지어일인속   한 사람은 물고기를, 한 사람은 곡식을 가지고서

上下其價聲自喧 상하기가성자훤   그 값을 흥정하는데 소리 절로 시끄러웠네.

呼來一一問所以 호래일일문소이   불러다가 하나하나 그 까닭을 물어보니

魚者却與粟者言 어자각여속자언   고기잡이 늙은이가 농사꾼을 제치고서 말하더라.

 

把竿昨夜入滄海 파간작야입창해   “어젯밤에 낚싯대를 붙들고 바다로 들어가서

一葦却犯千丈渾 일위각범천장혼     한 척의 거룻배로 천 길의 물속으로 뛰어드니,

驚濤纔亢疊浪起 경도재항첩랑기     큰 물결이 조금씩 일어나더니 겹겹 파도 높이 일어

拍盡天端控山根 박진천단공산근     하늘 끝에 솟구쳐 올랐다가, 산 뿌리까지 당겨졌네.

狂風儻或不我饒 광풍당혹불아요     미친 듯한 바람이 나에게 너그럽지 않았으니

扁舠定作長鯨呑 편도정작장경탄     거룻배가 거기에서 큰 고래에 삼켜질 듯하였다네.

冒百死窺一魚     모백사규일어        백 번 죽음 무릅쓰다 물고기 한 마리를 겨우 엿봐

環却滄溟投幾番 환각창명투기번     큰 바다에 낚싯바늘을 몇 번이고 던졌다네.

歸來談笑對妻子 귀래담소대처자     돌아와서 처자식에게 웃으며 말하였지.

十鬣可備十口餐 십렵가비십구찬     열 마리면 열 식구의 양식을 준비할 수 있겠다고.

凌晨作急向人家 능신작급향인가     이른 새벽 급하게 인가를 향해 가서

粟粒庶及朝未暾 속립서급조미돈     이른 아침 해 뜨기 전 곡식을 사 오려고 하였는데,

渠胡爲貴爾粟     거호위귀이속        그대는 어찌하여 제 곡식만 귀하게 여기면서

賤爾魚                천이어                  내 고기는 천하게 여기는가.

死生輕重君須論 사생경중군수론     사생 간에 경중을 나리께서 모름지기 말해주오.”

 

我聞翁語爲翁說 아문옹어위옹설    내가 듣고 고기잡이 늙은이에게 말하였지.

翁乎恐作波底魂 옹호공작파저혼    “노인이여, 파도 밑에 넋이라도 혹여 될까 두렵구려.

蹈危不止險不避 도위불지험불피      걷기도 위험한 데 험한 곳을 피하지 않으면서

爲口腹死將誰冤 위구복사장수원      목구멍을 위하다가 죽게 되면 장차 누굴 원망하리오.”

 

翁聞吾語還拍手 옹문오어환박수   고기잡이 늙은이가 내 말 듣고 도리어 손뼉 치고

一笑不覺髥自掀 일소불각염자흔   수염이 젖혀지는 걸 모른 채로 웃으며 말하더라.

 

君不見                 군불견                “나리는 보시지 못했나이다.

尋常平地起波瀾 심상평지기파란      예사로운 평평한 땅에서도 파도가 일어나면

不啻海洋驚濤飜 불시해양경도번      바다에서 큰 물결에 뒤집히는 것에 못지않지요.

前舟旣覆後舟繼 전주기복후주계      앞 배가 이미 뒤집혀도 뒷 배가 따라가니

名利所在爭波奔 명리소재쟁파분      명예와 이익이 있는 곳에 다투어 물결이 일어납죠.

人生有口卽謀食 인생유구즉모식      인생에서 입 있으면 먹을 것을 도모하기 마련이니,

滔滔世上人自惛 도도세상인자혼      도도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절로 어리석기 마련이라오.”

 

聞來赧顔慙不對 문래난안참부대   이 말 듣고 얼굴 붉혀 부끄러워 대답하지 못했고

吾舌難將吾手捫 오설난장오수문   내 혀를 놀리기가 어렵기에 내 손만 비비었구나.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