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의 '농가의 여름 노래 여섯 수(전가하사 육수)'
田家夏詞 六首(전가하사 육수) ; 농가의 여름노래 여섯 수
丁若鏞(정약용, 1762~1836)
신영산 옮김
1.
大小登場麥 대소등장맥 밀과 보리 타작하려 마당에 올렸으니
村家飯二紅 촌가반이홍 시골집도 팥보리밥 먹을 수 있겠구나.
曉炊催婦女 효취최부녀 새벽에 밥 지으라 아낙네를 재촉하고,
朝牧送兒童 조목송아동 아침에 소 풀 뜯기라 아이를 내보내네.
水煗魚盈笱 수난어영구 따뜻한 물 속의 통발에는 고기가 그득하고,
山肥鱉滿籠 산비별만롱 기름진 산 올라가니 바구니에 고사리 가득하다.
今年天旱甚 금년천한심 금년에 가뭄이 꽤 심하리라 걱정해도
嚇雪憶田公 혁설억전공 농사꾼은 쌓였던 눈 생각하고 껄껄 웃더라.
2.
農時徵上甲 농시징상갑 계절의 첫날에 올 농사의 징조가 예측하고,
田作竭餘丁 전작갈여정 농사일에 장정들을 모두 불러 모았더라.
麂眼籬踈密 궤안리소밀 울타리가 성기고 촘촘하니 노루 눈 같았고,
蜂腰路緯經 봉요로위경 가로세로 난 길은 벌의 허리 같았구나.
分疆瓜母熟 분강과모숙 밭두둑에 심어 둔 오이는 잘 익었고,
盈圃芥孫靑 영포개손청 남새밭에 가득한 겨자는 푸르렀다.
挺挺雙槐樹 정정쌍괴수 두 홰나무 곧게 솟아 그늘을 드리우니
人言是寤亭 인언시오정 사람들이 이르기를 오정이 예라 하더라.
3.
野喧朝驅雀 야훤조구작 들에서는 새 쫓는다 아침부터 떠들썩하고,
山警夜防熊 산경야방웅 산에서는 곰 막느라 밤새워 경계한다.
濯濯蒲牙白 탁탁포아백 씻긴 듯한 부들의 새싹은 하얗고,
微微杏頰紅 미미행협홍 아직 잘아도 살구 살은 붉게 익어 가는구나.
夢魚三事就 몽어삼사취 물고기 꿈을 꾸니 농사는 풍년들겠고,
收繭四隣同 수견사린동 누에고치 거둠은 온 이웃이 똑같더라
旨否調雞黍 지부조계서 닭고기에 기장밥을 맛있게 지을 적에
中堂坐阿公 중당좌아공 대청 위에 집안의 어르신들 앉으셨도다.
4.
老人常看屋 노인상간옥 어르신들 늘 남아 집 지키며
朝晝曝生薪 조주폭생신 아침 점심 생나무를 햇볕에 말리누나.
山漏催晨汲 산루최신급 산마을에 흐르는 물 새벽 물 길어오라 재촉하고,
隣燈借夜紉 린등차야인 이웃에서 등불 빌려 밤을 새워 바느질하네.
鴉評良或驗 아평량혹험 까마귀가 올해 농사 예견하니 참으로 들어맞고,
蛙卜輒如神 와복첩여신 개구리가 올해 농사 점을 치니 귀신같이 맞을 게라.
可愛佳桑樹 가애가상수 가히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뽕나무는,
淸陰蔚下旬 청음울하순 하순에 우거져서 서늘하게 그늘을 드리우도다.
5.
結棚偎樹曲 결붕외수곡 굽은 나무 꺾어다가 시렁에 기대 매고,
穿壁爇松明 천벽설송명 벽을 뚫린 구멍에다 관솔불을 밝혔구나.
草薙看螽躍 초치간종약 풀을 베니 메뚜기가 뛰는 것을 볼 것이고,
蒲深聽蛤鳴 포심청합명 부들이 무성하니 개구리 소리 듣겠구나.
白欃晨露潤 백참신로윤 흰 향나무에 새벽이슬 촉촉이 내려오고,
靑笠午風輕 청립오풍경 푸른 갓은 한낮의 바람에 간들댄다.
可笑空腸老 가소공장로 우습게도 배앓이가 힘겨운 저 늙은이,
惟將土炭撑 유장토탄탱 오로지 토탄 캐어 다스리려 한다네.
6.
園林連犬吠 원림련견폐 집 뒤의 숲에서는 개가 이어 짖어대고,
禾黍蔽人行 화서폐인행 벼와 기장 크게 자라 지나는 사람을 가렸구나.
去螣憑神呪 거등빙신주 주문을 외우듯이 풀무치를 쫓아내길
操豚祝賈贏 조돈축가영 돼지를 몰아가며 제값 받기 기원하네.
晚炊當肉食 만취당육식 느지막이 지은 밥은 고기만큼 맛이 있고,
晨飮敵氷餳 신음적빙당 새벽에 마신 술은 흰 엿과 맞먹더라.
安得三雙畝 안득삼쌍무 어찌하면 두세 이랑 땅뙈기를 얻어내어,
從君學耦耕 종군학우경 그대 따라 농사일을 배울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