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홍양호의 '수자리 서는 병졸의 원망(수졸원)'

New-Mountain(새뫼) 2022. 5. 21. 14:33
728x90

戍卒怨(수졸원) ; 수자리 서는 병졸의 원망

 

洪良浩(홍양호, 1724~1802)

신영산 옮김

 

 

 

邊城百事非樂土 변성백사비락토   변방 성에 많은 일이 일어나니 즐거운 땅 아니더라.

孰如江邊把守苦 숙여강변파수고   어떤 일이 강가에서 파수 서는 괴로움만 하겠는가.

 

每歲九月氷已合 매세구월빙이합   해마다 구월이면 이미 굳게 얼음이 얼어붙어

裹粮列寨江之滸 과량렬채강지호   꾸러미에 양식 담아 강가의 성채에다 늘어놓고,

刈薪汲水手自炊 예신급수수자취   섶을 베고 물을 길어 밥 지을 불 스스로 때려니

糜粥那能充腸肚 미죽나능충장두   기껏해야 죽일진대 어찌 창자를 채울 수 있겠는가.

 

晝夜瞭望不得休 주야료망부득휴   밤낮으로 아득히 지키려니 잠시도 쉴 수 없는데

敢避虐雪與冷雨 감피학설여랭우   어찌 감히 잔학한 눈 싸늘한 비 하나라도 피할쏘냐.

皮衣風撲凍欲裂 피의풍박동욕렬   가죽옷에 바람 치니, 얼어붙어 찢어질 듯하였으며

足皸口箝向誰訴 족군구겸향수소   튼 발에다 재갈 물린 입이러니 누굴 향해 하소연하리.

 

獵騎飛來如飄風 엽기비래여표풍   오랑캐의 사냥 말이 회오리바람 일어나듯 넘나들면

登時火急報官府 등시화급보관부   화급하게 말에 올라 관아에 보고해야 한다네.

巡點將校不時來 순점장교불시래   근무를 점검하려 장군님은 불시에 들이닥치면

跬步暫離逢瞋怒 규보잠리봉진노   반걸음만 잠시 떠나 있었어도 부릅뜨고 성을 내지.

 

隔水往往猛虎蹲 격수왕왕맹호준   강 건너엔 이따금 매서운 호랑이가 웅크리며

電視雷吼吁可怖 전시뇌후우가포   반짝이며 쳐다보며 우레 같이 울어대니, 아 두렵도다.

日日苦待氷解時 일일고대빙해시   날마다 얼음이 녹을 날만 애타게 기다리지만

三春已暮寒猶沍 삼춘이모한유호   한창 봄이 지났어도 추위는 오히려 서늘하구나.

 

莫云五日許踐更 막운오일허천갱   닷새 지나 교대를 시켜준다 말이나 하지 마소.

一番經過病已痼 일번경과병이고   수자리 한 번 살면 몸은 이미 고질병이 들게 되니

嗚呼                    오호                   아,

安得拓地盡瑟海 안득척지진슬해   어찌하면 슬해의 바깥까지 우리 땅으로 개척하여

豆江一帶罷防戍 두강일대파방수   두만강 일대에서 수자리를 없앨 수 있으려나?

 

* 슬해 ; 함경북도와 러시아 국경 부근의 동해.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