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의 '새 도읍지의 여덟 경치를 노래하다(진신도팔경시)'
進新都八景詩(진신도팔경시) ; 새 도읍지의 여덟 경치를 노래하다.
鄭道傳(정도전, 1342~1398)
신영산 옮김
畿甸山河(기전산하) - 산과 물이 감싸는 새 서울
沃饒畿甸千里 옥요기전천리 기름진 땅이로다, 천 리에 펼쳐진 새 도읍이여.
表裏山河百二 표리산하백이 안팎으로 산과 물이 감쌌으니 튼튼한 땅이로다.
德敎得兼形勢 덕교득겸형세 덕으로 가르치는 형세마저 아울러 갖추었으니
歷年可卜千紀 역년가복천기 새 왕조가 누릴 세월 마땅히 천 세기를 기약하리.
都城宮苑(도성궁원) - 도성과 그 안의 정원
城高鐵甕千尋 성고철옹천심 성은 높고 쇠처럼 튼튼하며 천 길이나 깊었도다.
雲繞蓬萊五色 운요봉래오색 구름이 둘렀으니 봉래산을 에워싸던 오운이라.
年年上苑鶯花 연년상원앵화 해마다 궁궐 뜰엔 꾀꼬리와 온갖 꽃이 가득하니,
歲歲都人遊樂 세세도인유락 대대로 도성에서 사람들이 놀면서 즐기리라.
列署星拱(열서성공) - 늘어선 수많은 관아들
列署岧嶢相向 열서초요상향 줄을 이어 관아들은 늘어서며 서로 서서 마주하니,
有如星拱北辰 유여성공북신 마치 여러 별들 모여 북극성을 끼고 있는 듯하도다.
月曉官街如水 월효관가여수 관아의 거리가 달빛 받아 물 흐른 듯 깨끗하니
鳴珂不動纖塵 명가부동섬진 말 굴레의 옥 장식에 먼지 하나 묻어나지 않는구나.
諸坊碁布(제방기포) - 바둑판 같은 거리와 집
第宅凌雲屹立 제택릉운흘립 큰 누각과 정자들은 구름 위에 우뚝하게 솟아 있고
閭閻撲地相連 여염박지상련 여염의 살림집은 땅 위에 가득 서로 잇닿았노라.
朝朝暮暮煙火 조조모모연화 아침마다 저녁마다 밥 짓는 연기가 이어지니
一代繁華晏然 일대번화안연 번성하고 화려한 이 시대를 평온하게 살아가리.
東門敎場(동문교장) - 동대문 밖 군사 훈련장
鐘鼓轟轟動地 종고굉굉동지 훈련장의 북소리는 크게 울려 지축을 뒤흔들고,
旌旗旆旆連空 정기패패련공 군사들의 깃발은 높이 날려 공중에 펄럭이네.
萬馬周旋如一 만마주선여일 일만의 말들이 한결같이 말굽 맞춰 달려가니
驅之可以卽戎 구지가이즉융 가히 모두 몰아 전장으로 나갈 만한 기세로다.
西江漕泊(서강조박) - 서강으로 들어오는 세금 배들
四方輻凑西江 사방복주서강 온 나라의 온 물건이 바퀴돌 듯 서강으로 모여드니
拖以龍驤萬斛 타이용양만곡 만 석의 곡식 실을 세금 배들 잇달아 떠 오도다.
請看紅腐千倉 청간홍부천창 저 많은 창고에서 썩어 가는 곡식을 보려무나.
爲政在於足食 위정재어족식 정치는 백성들을 넉넉하게 먹이는 데 있음이라.
南渡行人(남도행인) - 남쪽 나루로 모여드는 나그네들
南渡之水滔滔 남도지수도도 남쪽의 나루터로 도도하게 물 흘러 들어오듯
行人四至鑣鑣 행인사지표표 사방에서 나그네들 가득하게 줄지어 오는구나.
老者休少者負 노자휴소자부 늙은이는 잠시 쉬고 젊은이는 짐을 지고 따라오며,
謳歌前後相酬 구가전후상수 앞에서 노래하면, 뒤에서 따라불러 수작하누나.
北郊牧馬(북교목마) - 북쪽 뜰의 말 목장
瞻彼北郊如砥 첨피북교여지 바라보니 저 북쪽의 들녘은 숯돌처럼 검었는데,
春來草茂泉甘 춘래초무천감 봄이 오니 수풀을 우거지고 샘물 맛도 달았도다.
萬馬雲屯鵲厲 만마운둔작려 일만 말들 구름처럼 모였다가 까치처럼 날뛰거니
牧人隨意西南 목인수의서남 목동들은 마음대로 서쪽으로 남쪽으로 모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