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김규의 '가난한 여인의 탄식(빈녀탄)'

New-Mountain(새뫼) 2022. 5. 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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貧女歎(빈녀탄) ; 가난한 여인의 탄식

 

金圭(김규, ?~?)

신영산 옮김

 

君不見                 군불견                그대 보지 못했는가?

 

東家處女貧不嫁 동가처녀빈불가   동쪽 집의 처녀 아이 가난하여 저도 시집 못 갔는데

年年傭作新婦衣 연년용작신부의   해마다 품을 팔아 신부 옷을 짓는구나.

裁紈剪綺自少事 재환전기자소사   생 비단을 마름질해 잘라내기 어릴 때부터 한 일이라

針才神妙天下稀 침재신묘천하희   바느질 솜씨는 신묘하여 천하에 드물었다네.

 

長大美好二十時 장대미호이십시   한창 자라 아름다운 스무 살 나이 되니

垂髮委地顏如花 수발위지안여화   머리는 땅 닿을 듯 치렁하고, 얼굴은 꽃 같아도,

衣裳破裂補靑紫 의상파렬보청자   옷은 낡아 터졌으니, 얼룩덜룩 천으로 기워입고

一生不識紅粉華 일생부지홍분화   한평생 화려한 분홍빛의 화장을 몰랐더라.

 

朝不食夕不食     조불식석불식      아침도 못 먹고 저녁에도 못 먹으니

調針亂絲殊未綴 조침란사수미철   엉킨 실을 바늘로 고르려도 꿰맬 수가 없었으니.

夏之日冬之夜     하지일동지야      여름의 긴긴 낮과 겨울의 긴긴 밤에

當牕織錦思惙惙 당창직금사철철   창에 기대 비단 짠들 마음에는 근심만 쌓였어라.

 

須臾製褘服         수유제위복         잠깐 사이 위복도 지어낼 수 있으며

反手成五紋         반수성오문         수월하게 다섯 문양 곱게 수를 놓는다니

敏捷苟如此         민첩구여차         민첩한 바느질이 진실로 이 같으니

聞者驚且欣         문자경차흔         소문 들은 누구라도 놀라고도 좋아했다네.

 

十日一梳頭         십일일소두         열흘에 한 번이나 머리에 빗질하고

插鬂赤銅釵         삽빈적동채         귀밑에는 구리 비녀 겨우 꽂았으며

三月一照鏡         삼월일조경         석 달에 한 번이나 거울에 비춰보니

衣衫著綠紗         의삼저록사         홑 적삼에 푸른 깁을 누덕누덕 기웠구나.

 

忽見堂前春草色 홀견당전춘초색   홀연히 내다보니 내당 앞의 봄 풀빛이 푸르거니

停針無語坐長嗟 정침무어좌장차   바늘을 던져두고 말없이 앉아 길게 한숨 쉬네.

父母俱沒大兄亡 부모구몰대형망   부모님은 모두가 돌아가시고 오라비도 죽었으니

一門無人兄嫂在 일문무인형수재   집안에는 살아남은 사람 없어 올케만 남았다네.

嫂病三年委床席 수병삼년위상석   올케도 병이 들어 삼 년째 자리에 누워 있어

鷄鳴狗吠身應對 계명구폐신응대   닭이 울고 개 짖어도 응당 홀로 감당해야 하였어라.

 

弊廬日長問何有 폐로일장문하유   무너진 집에 날마다 무엇이 자라는지 물었더니

蕭條窮巷餘衰柳 소조궁항여쇠류   조용하고 쓸쓸하고 골목에서 버들만 시든다네.

事事漸艱難         사사점간난         일마다 점점 더 어렵고 힘이 드니

辛苦知奈何         신고지내하         어찌 고생 면할 지 알 수가 없다 하네.

 

古來貧家有處女 고래빈가유처녀   예로부터 가난한 집안에서 살아가는 처녀들은

每令年貌易蹉跎 매령년모이차타   매번 때를 놓쳐 나이가 많아지기 쉽다더라.

 

* 위복(褘服): 왕비들 제사 때 입는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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