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원의 '청풍 땅 아낙의 노래(청풍전부사)'
淸風田婦詞(청풍전부사) ; 청풍 땅 아낙의 노래
任相元(임상원, 1638~1697)
신영산 옮김
居官二年, 公事有可悶可惋者. 거관이년 공사유가민가완자
不顧時諱, 形於歌諷. 詞俚體凡, 有愧作者. 불고시휘 형어가풍 사리체범 유괴작자
若其哀窮悼困感愴悲切, 庶幾乎民風之可採者耳. 약기애궁도곤감창비절 서기호민풍지가채자이
因分爲三篇, 以附樂府. 인분위삼편 이부락부
내가 청풍에 수령으로 있은 지 2년, 관아의 일을 맡다 보니 가히 번민스럽고, 탄식할 만한 일이 있었다.
비록 때에 맞지 않는 말이지만, 돌아보지 않고 노래의 모양으로 지어 읊어 보았다. 비록 가사가 속되고 형식은 평범하여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럽다.
하지만 그 슬픔으로 인한 지극한 괴로움이 마음을 슬프게 한다. 그러기에 이것도 백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여겨 채록하였다.
이에 세 편으로 나누어 채록하였고 악부에 붙여 둔다.
靑裙白屋女 청군백옥녀 푸른 치마 걸쳐 두른 초가집에 있는 여인
云是疲兵婦 운시피병부 피로한 병정의 아낙이라 하더라.
小兒才扶床 소아재부상 작은애는 밥상 잡고 겨우 설 나이이고,
大兒薪能負 대아신능부 큰 애는 땔나무를 겨우 지게 되었는데,
名具隷尺籍 명구례척적 상것들은 병적에 모두 이름이 올랐기에
出布輪兵部 출포륜병부 군포를 병부에 바쳐야 한다더라.
彈花未上機 탄화미상기 아직 솜을 베틀에다 올리지도 않았는데,
里胥當門吼 이서당문후 아전들은 문 앞에서 호통만 치고 있으니.
鳴梭恐不及 명사공부급 실꾸리 놀리지만 때 못 맞출까 걱정이네.
山月映虛牖 산월영허유 산에 뜬 밝은 달은 빈 창문을 비추는데.
竟夜不成匹 경야불성필 밤새도록 짜낸 무명 한 필도 못 되니,
挑燈呵寒手 도등가한수 등불을 돋우면서 언 손을 호호 분다.
又有閭族累 우유려족루 아전들은 친척의 군포까지 물어내라며,
鞭撻驚窮蔀 편달경궁부 채찍으로 궁한 백성을 놀라게 하였으니.
斷盡機中絲 단진기중사 베를 짜던 실이 문득 베틀에서 끊어지더라.
徵科猶先後 징과유선후 세금을 물리기도 선후가 있으려니
苟無縲絏憂 구무류설우 포승 묶여 잡혀갈 걱정이 없다면은
蓋體復何有 개체부하유 몸을 덮을 옷이 없다 어찌 걱정하리.
東家閉寂寥 동가폐적요 동쪽 집은 문이 닫힌 채로 조용하니,
已效檀公走 이효단공주 일찌감치 세금 피해 도망친 모양이라.
吾聞古聖人 오문고성인 내가 듣기로는 예전의 성인께서,
作法戒苛取 작법계가취 가혹하게 법을 만들지 말라고 경계했다지.
奈何養兵道 내하양병도 어찌하여 군대를 양성한다 말하면서 ,
征徭及黃口 정요급황구 군역을 젖먹이들에까지 지우는가.
脫身散四方 탈신산사방 백성들은 몸을 빼어 사방으로 흩어지니,
不暇顧父母 불가고부모 부모를 돌아볼 겨를도 없었도다.
仁心無所施 인심무소시 내 어진 마음을 베풀 수 없으리니
嗟爾淸風守 차이청풍수 아아, 청풍 땅을 다스리는 수령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