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성의 '보리타작 노래(타맥사)'
打麥詞(타맥사) ; 보리타작 노래
李民宬(이민성, 1570~1629)
신영산 옮김
高田多稂莠 고전다랑유 산 아래 높은 밭엔 피가 많이 자라났고,
窊田易魯莽 와전역로망 물가의 낮은 밭도 가라지가 우거졌네.
田家豈不苦 전가기불고 이러하니 농가들이 어찌 힘들지 않겠는가.
六月少在戶 육월소재호 유월이니 집에는 일할 이도 적을 거라.
麥老南疇收正急 맥로남주수정급 보리가 잘 익어 남쪽 밭이 수확하기 급해가니,
傭徒飯腹腰鎌去 용도반복요겸거 일꾼들 먹이고서 허리에 낫을 채워 가는구나.
鎌如初月翻霜鍔 겸여초월번상악 초승달 같은 낫에 서리처럼 서슬이 번득이니,
割盡黃雲應幾許 할진황운응기허 베어 넘긴 보리 이삭 누렇게 펼쳐진 게 얼마인가.
短秉長束積如堵 단병장속적여도 짧게 잡아 길게 묶은 보릿단이 담장처럼 쌓이는데,
滯穗更利貧家女 체수갱리빈가녀 남겨진 이삭들은 가난한 집 여인들에게 도움 되네.
編條橫貫白木柄 편조횡관백목병 다발다발 묶어내어 흰 나무에 한꺼번에 꿰려는데,
晴日空中霹靂怒 청일공중벽력로 맑은 날 하늘에서 갑자기 벼락 소리 요란하구나.
伊邪聲促響山精 이사성촉향산정 아이고, 소리가 급하도다, 벼락은 산 울리고,
鵓鳩啼黑前峯雨 발구제흑전봉우 비둘기도 따라 울고 어두워지며 앞산에 비 내린다.
心忙不暇戀飢渴 심망불가련기갈 마음이 황급하고 여유가 없었으니 목이 타고,
橐底壺飧半成土 탁저호손반성토 밥 담아온 자루의 바닥까지 반이 넘게 흙 들었네.
十分精簸送官倉 십분정파송관창 보리쌀 잘 까불어서 관아의 창고로 보냈구나.
卒歲且有贏餘數 졸세차유영여수 올해도 이렇게 지내려니 잠시 틈이 생겼으니
田家雖苦有樂時 전가수고유락시 비록 농삿일은 괴롭지만 즐거운 때도 있어
飽臥終年帶鬆肚 포와종년대송두 배불리 먹고 누워 일 년 내내 배를 쓸게 되었어라.
但願官家不奪時 단원관가불탈시 다만 관가에 빼앗기지 않기를 원하노니
歲歲年年長此苦 세세년년장차고 해마다 이어가는 이 괴로움은 길기만 하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