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직의 '가흥참에서 안타까워하다(가흥참)'
可興站(가흥참) ; 가흥참에서 안타까워하다
金宗直(김종직, 1431~1492)
신영산 옮김
嵯峨鷄立嶺 차아계립령 우뚝하게 솟아나서 깎아지른 계립령은
終古限北南 종고한북남 예로부터 남북을 경계하여 갈랐으니,
北人鬪豪華 북인투호화 고개 북쪽 사람들이 호화로움을 다툴 적에
南人脂血甘 남인지혈감 고개 남쪽 사람들은 피와 기름을 빨렸다네.
牛車歷鳥道 우거력조도 우마차로 험한 산길 넘어가다 바라보니
農野無丁男 농야무정남 들판에는 농사짓는 장정 하나 없었어라.
江干夜枕籍 강간야침적 우리들은 밤이 깊어 강변에서 서로 베고 자려는데
吏胥何婪婪 이서하람탐 곁에 있는 아전과 서리들은 어찌 그리 탐학한가.
小市魚欲縷 소시어욕루 작은 저자에서도 실처럼 얇은 생선 회를 안주하여
茅店酒如泔 모점주여감 초가 주막에서도 뜨물처럼 하얀 술을 마시더라.
醵錢喚遊女 갹전환유녀 돈이라도 거두어서 기생들을 부르는데
翠翹凝紅藍 취교응홍람 푸르게 머리를 장식하고 붉은 연지 발랐구나.
民苦剜心肉 민고완심육 백성들은 심장을 깎는 듯한 고통을 겪는데도
吏恣喧醉談 이자훤취담 아전들은 방자하여 취한 채로 시끄럽더라.
斗斛又討贏 두곡우토영 말과 섬을 교묘하게 계량하고 남긴 것을 토색질하니
漕司宜發慚 조사의발참 조사들은 마땅히 부끄러움을 알아야 할 것이라.
官賦什之一 관부십지일 관가에선 세금으로 일 할만 거둬야 하는데도
胡令輸二三 호령수이삼 어찌하여 이 할이나 삼 할을 바치라 하였던가.
江水自淊淊 강수자함함 강물은 제 스스로 도도하게 흘러가며
日夜噓雲嵐 일야허운람 밤낮으로 구름과 아지랑이 일으키는데
帆檣蔽峽口 범장폐협구 세금 실은 배 돛대는 골짜기를 덮어가며
北下爭驂驔 북하쟁참담 북쪽에서 내려와서 다투듯이 빼앗아 가는구나.
南人蹙頞看 남인축알간 고개 남쪽 사람들은 이마를 찡그리며 바라보나
北人誰能諳 북인수능암 고개 북쪽 사람들은 뉘라서 이 사정을 알겠는가.
* 가흥참 : 충주시 가흥면에 있었던 역참. 남부 지방에서 거둬들인 세미를 이 곳에 모아두었다가, 남한강 수로를 따라 배에 싣고 서울의 용산창으로 옮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