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윤현의 한시, '거지 아이를 보고(견걸아)'

New-Mountain(새뫼) 2022. 3. 28. 22:23
728x90

見乞兒(견걸아) ; 거지 아이를 보고

尹鉉(윤현, 1514~1578)

신영산 옮김

 

 

 

日夕聞乞聲 일석문걸성   어느날 저녁 무렵 구걸하는 소리 듣고

倒裳出門視 도상출문시   옷 거꾸로 겨우 입고 문을 나서 보았더니

門前兩兒子 문전양아자   문 앞에는 아직 어린 두 아이가 있었는데

跣足行纍纍 선족행류류   맨발로 터덕터덕 지친 듯이 걸어가더라.

 

一兒問不譍 일아문불응   한 아이는 묻는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低頭如有恥 저두여유치   머리를 깊이 숙여 부끄러워 하였는데

一兒手指之 일아수지지   다른 아이 손으로 그 아이를 가리키며

云是主家子 운시주가자   이르더라. “이 도령은 주인집 아들이에요.

主家遘時疫 주가구시역      주인집에 지난번에 홍역이 돌았기에

父母同月死 부모동월사      도령의 부모님이 같은 달에 돌아가시니

家僮散亡盡 가동산망진      하인들은 모두다 뿔뿔이 흩어지고

唯有一老婢 유유일노비      오직 늙은 여종 하나만 남았어요.

老婢是我母 노비시아모      그 여종이 바로 제 어미랍니다.

昨日早往市 작일조왕시      어제는 일찍이 시장에 가면서

向我兩人言 향아양인언      저희들 둘을 보고 이르기를

乞米暮當至 걸미모당지      쌀 동냥해 저녁에는 돌아오마 하였지요.

出門待母還 출문대모환      문에 나가 어미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終日坐復起 종일좌복기      온종일 앉았다 다시 섰다 반복했어요.

日夕竟不至 일석경부지      해 지도록 저녁에도 마침내 오지 않으니

連夜啼未已 연야제미이      밤새도록 울음을 그치질 못했어요.

朝來不耐飢 조래불내기      아침이어도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다가,

乞食行到此 걸식행도차      먹을 것을 구걸하러 여기에 이르렀죠.”

 

呼童將米來 호동장미래    어린 종을 불러다가 쌀 내오라 시켰더니,

亦能知色喜 역능지색희    그 아이들 얼굴에 희색이 가득하더라.

可哀良家子 가애양가자    슬프도다, 양가집의 자식이 어찌하여

如何一至是 여하일지시    어찌하여 이러한 지경에 이르렀는가?

天性具不保 천성구불보    천륜도 못 지키는 형편에 이르렀으니

爾更何所恃 이갱하소시    다시금 너희들이 의지할 게 무엇이런가?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