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홍양호의 한시, '유민의 원성(유민원)'

New-Mountain(새뫼) 2022. 3. 26. 11:01
728x90

遊民怨(유민원) ; 유민의 원성

 

홍양호(洪良浩, 1724~1802)

신영산 옮김

 

 

孟冬霜雪繁 맹동상설번   서리 위에 눈보라 몰아치는 초겨울에

我行湖之漘 아행호지순   호서의 물가를 지나고 있었을 제

盡日來去人 진일래거인   온종일 오가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太半是流民 태반시유민   절반이 넘도록 떠돌이 백성이었네.

 

問爾何所苦 문이하소고   내 묻기를, “너희 어떤 괴로움이 있었기에

漂轉至於斯 표전지어사     정처없이 떠돌다가 예까지 이르렀는가?

棄捐丘墓鄕 기연구묘향     조상 묻힌 무덤과 고향을 버려두고

提携欲何之 제휴욕하지     도대체 손 맞잡고 어디로 가려는가?”

 

擧首向我對 거수향아대   한 백성이 머리 들고 나를 보고 답하면서

蹙然爲累吁 축연위루우   찡그리며 몹시 지친 표정으로 호소하더라.

 

我本內浦人 아본내포인     “우리들은 본디 내포 살던 사람으로

三世爲農夫 삼세위농부     삼 대에 걸쳐서 농부로 살았습죠.

夫耕婦織布 부경부직포     지아비는 밭을 갈고 지어미는 베를 짜도

生理一何艱 생리일하간     사는 것이 어찌 그리 어려웠던가요.

晝夜勤作息 주야근작식     밤낮으로 일하면서 쉬기를 바랬으나

十指無暫閒 십지무잠한     열 손가락 잠시도 쉴 틈이 없었지요.

祁寒與暑雨 기한여서우     매서운 추위에다 여름날의 거센 비에

靡日不苦辛 미일불고신     단 하루도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다오.

重以水旱災 중이수한재     거듭되는 홍수에다 가뭄이 재앙되니

所獲能幾許 소획능기허     거둬들인 곡식이 얼마나 되었을까요?

稼成不入口 가성불입구     거둔 것이 입으로 들어갈 게 없었는데

火急供常賦 화급공상부     세금 내라는 성화는 급하게 나더이다.

縣吏日至門 현리일지문     고을의 아전놈은 날마다 문앞에 와

叫呶何太恣 규노하태자     고함치고 지껄이니 어찌 그리 방자한지요.

奔走備酒食 분주비주식     분주하게 술과 밥을 갖추어서 대접해도

徵責殊未已 징책수미이     뜯어가려 재촉함은 자못 끝이 없었소이다.

乳下數歲兒 유하수세아     이제 겨우 두어 살 젖먹이 어린애도

又充閒丁籍 우충한정적     또 군적에 이름을 올려 놓았더이다.

家中無所有 가중무소유     집 안에 남은 것이 하나도 없었고

廐上一黃犢 구상일황독     외양간에 송아지 한 마리뿐이었지요.

將犢之東市 장독지동시     송아지를 끌고 가서 동쪽 시장에 내다 팔고

輸官有餘逋 수관유여포     세금 내도 아직 남은 세금이 있다네요.

機中斷幾疋 기중단기필     베틀에서 짜고 있던 베필을 끊어내어

盡作京軍袍 진작경군포     경군의 군포감 명목으로 바쳤지요.

寧留尺寸布 영류척촌포     정녕 한 자 한 치 베라도 남겼다면

可以掩吾髀 가이엄오비     내 넓적다리 가릴 수 있었겠지요.

無衣復無食 무의부무식     입을 것도 없었는데 먹을 것도 없었으니

何以卒此歲 하이졸차세     가히 어찌 이 해를 넘길 수 있으리오.

寒風凍裂肌 한풍동렬기     찬바람에 살갗은 얼어서 터지는데

兒啼不可聽 아제불가청     아이 울음은 더이상 들리지 않더이다.

人生誰云樂 인생수운락     누구는 인생이 즐겁다고 하더라만

不如棄野坰 불여기야경     들판에 버려지는 것만도 못하네요.

携妻復抱子 휴처부포자     아내를 붙들고서 또 자식을 안고서

東西與北南 동서여북남     동서로 또 다시 남북으로 헤맨다오.

所向無樂土 소향무락토     어디로 간다 한들 낙원이 있으리오.

旬日食纔三 순일식재삼     열흘에 겨우 세 끼 먹을 뿐이러니.

太守尙不知 태수상부지     사또도 우리 사정 알지를 못하는데,

君王豈盡聞 군왕개진문     임금인들 어찌 다 들으실 수 있으리오.

竊聞廊廟上 절문랑묘상     소문으로 듣자 하니 조정의 높은 댁에선

僕妾厭稻紈 복첩염도환     종과 첩도 쌀밥 비단 싫증 낸다 한다네요.

朱門列鍾鼎 주문렬종정     대갓집엔 큰 솥이 줄을 지어 걸려 있고

歌吹日吰喧 가취일횡훤     날마다 노랫소리 북소리가 시끄럽다죠?

昊天子萬物 호천자만물     하늘이 만물을 자식처럼 기르실 제

厚薄一何偏 후박일하편     후하거나 박하기가 어찌 이리 치우칠까요?

頫仰終漠漠 부앙종막막     숙여보고 우러러도 마침내 막막하니

疾痛向誰愬 질통향수소     애통한 이 심정을 누구에게 호소하리오?”

 

聞語未及已 문어미급이   이야기를 미처 다 듣지도 않았는데

惻然使我疚 측연사아구   가엽고 불쌍하니 내 마음이 아프도다.

歸來食不甘 귀래식불감   돌아와 밥 먹어도 밥 맛을 알 수 없고

若己有癏瘉 약기유환유   마치 내 몸이 병든 것 같았구나.

作詩配風謠 작시배풍요   내 지은 시 구절이 풍요에 짝될 만하니

將以獻明主 장이헌명주   장차 밝은 임금님께 바쳐보려 하노라.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