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의 '계양망해지(桂陽望海誌)' 원문과 풀이
계양망해지(桂陽望海誌)
- 계양산에 올라 바다를 보다
이규보(李奎報, 1168~1241년)
신영산 옮김
路四出桂之徼 唯一面得通於陸 面皆水也.
始予謫守是州 環顧水之蒼然浩然者 疑入島嶼中
悒悒然不樂 輒低首閉眼不欲見也.
노사출계지요 유일면득통어륙 면개수야
시여적수시주 환고수지창연호연자 의입도서중
읍읍연불락 첩저수폐안불욕견야
길이 계양(桂陽)의 변경의 땅으로 사방으로 나 있으나, 다만 한 면만 육지에 통하고 삼면은 모두 물이다.
처음 내가 이 고을 수령으로 좌천되었을 때, 망망한 푸른 물을 돌아보니, 섬 가운데 들어온 듯하므로, 근심스럽고 즐겁지 않았기에, 오로지 머리를 숙이고 눈을 감아 보려 하지 않았다.
及二年夏六月 除拜省郞 將計日上道 以復于京師
則向之蒼然浩然者 皆可樂也.
於是凡可以望海者 無不遊踐.
급이년하육월 제배성랑 장계일상도 이부우경사
칙향지창연호연자 개가락야
어시범가이망해자 무불유천
하지만 두 해 뒤의 유월에, 성랑 벼슬을 제수받게 되어, 장차 날짜를 정하여 서울로 가게 되니, 전날 보던 망망한 푸른 물이 모두 즐겁게만 보였다.
그래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은, 놀러 가 보지 않은 곳이 없었다.
始於萬日寺樓上望之 大舶點波心 僅若鳧鴨之游泳者
小舟則如人入水微 露其頭者 帆蓆之去 僅類人揷高帽而行者.
群山衆島 杳然相望
有屺者峐者 跂者 伏者 脊出者 䯻擢者 中穿如穴者 首凸如傘頭者.
시어만일사루상망지 대박점파심 근약부압지유영자
소주칙여인입수미 노기두자
범석지거 근류인삽고모이행자
군산중도 묘연상망
유기자해자 기자 복자 척출자 고탁자 중천여혈자 수철여산두자
처음 만일사(萬日寺)의 누대 위에 올라 바라보니, 큰 배가 파도 위에 한 점으로 떠 있었는데, 마치 오리가 헤엄치는 것과 같았고, 작은 배는 사람이 물에 들어가서 머리를 조금 드러낸 것과 같았고, 돛단배가 가는 것은, 사람이 높은 모자를 쓰고 가는 것과 같았다.
산과 여러 섬은 가물가물 서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우뚝하거나 민둥하였고, 발돋움하거나 엎드렸으며, 등뼈처럼 나오거나 상투처럼 솟기도 하였고, 가운데가 구멍처럼 뚫리거나 우산처럼 머리가 둥글었다.
寺僧來佐望 輒以手指點之.
島曰, 彼紫燕也, 高燕也, 麒麟也.
山曰, 彼京都之鵠嶺也, 彼昇天府之鎭也 龍山也. 仁州之望也, 通津之望也.
歷歷而數 如指諸掌.
사승래좌망 첩이수지점지
도왈 피자연야 고연야 기린야
산왈 피경도지곡령야 피승천부지진야 용산야 인주지망야 통진지망야
역력이수 여지제장
절의 스님이 따라와서 바라보는 일을 거들다가, 손으로 여기저기를 가리켰다.
섬을 말하기를,
“저곳은 자연도(紫燕島)이고, 고연도(高燕島)이며, 기린도(麒麟島)이옵니다.”
또 산을 가리켜 말하기를,
“저곳은 경도(京都)로 가는 곡령(鵠嶺)이요, 저곳은 승천부(昇天府)의 진산(鎭山)이며, 용산(龍山)이옵니다. 인주(仁州)의 망산(望山)과 통진(通津)의 망산입니다.”
하며, 역력히 헤아려 주어 손바닥 안에서 보는 듯하였다.
是日予甚樂焉 與與遊者觴之 乘醉而反.
後數日 遊明月寺亦如之
然明月頗有山之掩翳者 不若萬日之豁敞也
시일여심락언 여여유자상지 승취이반.
후수일 유명월사역여지
연명월파유산지엄예자 불약만일지활창야.
이 날 나는 심히 즐거웠기에, 더불어 놀러간 이들과 같이 술을 마시고, 취해서 돌아왔다.
며칠 후에는 명월사(明月寺)에 가서 앞서처럼 놀았다.
그러나 명월사는 많은 산들이 가려서, 만일사의 툭 트인 것만 못하였다.
後數日 復循山而北 竝海而東.
觀潮水之激 薄與海市之變怪.
或乘馬 或步行, 稍憊而後還焉.
與遊者某某人 皆携壺縱之.
후수일 부순산이북 병해이동
관조수지격박 여해시지변괴
혹승마 혹보행 초비이후환언
여유자모모인 개휴호종지
며칠 후에는 다시 산을 따라 북으로 갔다가, 바다를 끼고 동으로 향하였다.
버닷물이 급하게 밀려오고, 더불어 옅은 신기루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았는데, 이상야릇하였다.
말을 타기도 하고, 걷기도 하다가 피곤한 뒤에야 돌아왔다. 함께 놀던 자 아무아무개들이 모두 술병을 가지고 따랐다.
嗚呼, 水向者之水也 心向者之心也.
以向之所忌見者 今反爲嗜觀 豈以得區區一官之故歟.
心吾心也 不能自制 使因時貿易之如此,
其於一死生齊得喪 得可冀乎.
後尙可警故志之.
오호 수향자지수야 심향자지심야
이향지소기견자 금반위기관 개이득구구일관지고여
심오심야 불능자제 사인시무역지여차
기어일사생제득상 득가기호
후상가경고지지
아, 저 물은 지난 날의 그 물이요, 마음도 지난 날의 그 마음이리라.
예전에는 보기 싫던 것이, 지금은 도리어 즐거운 구경거리로 삼았으니, 그것은 구구한 한 벼슬을 얻은 때문일까?
마음은 나의 마음이거늘, 능히 자제하지 못하고, 이처럼 때를 따라 바뀌어 버리니, 죽고 살기를 하나처럼 하고, 얻고 잃는 것도, 하나처럼 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후일에 경계할 만한 것이기에 적어 두노라.